1. 사랑의 실천은 영혼구원
우리는 육신도 사랑으로 살려주어야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야 함을 잊곤 한다. 사람은 그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복음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여전히 죄악된 존재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86년 홍콩에서 십자가 체험을 한 이래 인간적인 사랑만으로는 참 사랑이 아님을 지난 16년 간 선교현장에서 매일 매일 체험해 왔다.
누군가가 그리스도인의 정의를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저더러 ‘그리스도인’을 정의 하여 보라면 그리스도를 믿은 이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기와 같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열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하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예수님은 수제자 베드로에게 질문 하시듯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십자가의 고난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깨달은 1986년의 일이다.
“김상숙,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 주님.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십니다.”
이 대답은 나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은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들도 모두 주님의 질문에 “내가 주를 사랑 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라고 대답하고 언어도 안 통하고 풍습도 전혀 다른 먼 이방의 나라로 복음을 들고 왔던 것이다.
지금은 비행기로 가면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한 번 자기 고국을 떠나면 배로 그 긴 여행을 하고 또 살아서 돌아올지 알지 못했지만 오직 주님 사랑 때문에 우리 나라에 왔던 것이다.
전도를 시작도 못해보고 대동강변에서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 같은 분도 있었다. 지금처럼 언어를 배울 학교도 없으니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면 그분들이 고맙고 그 복음의 빚을 우리도 갚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처음 선교의 눈을 뜨기 시작한 후 당시 살고 있던 홍콩은 우상숭배가 심한 곳이라 어느 곳을 가도 우상이 있고 그 좋은 빌딩에 삼신의 모형을 놓고 섬기는 것을 보면 참 딱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복음을 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전해야 할 지몰라서 홍콩한인교회에 있는 전도지를 모두 꺼내와서 길에서 전도지를 나누어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나에게 전도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 당시 CCC 간사로 계시던 손세만 간사님을 통해 많은 간사님들이 홍콩에 오게 하셨고 전도 세미나를 열게 하셨다. 나는 마치 나 혼자만을 위하여 열린 세미나같이 느꼈다. 나는 기쁨에 넘쳐 가르쳐 준 대로 당장 전도를 시작하였다. 늘 전도 대상을 물색하며 어디를 가든 전도를 해 온 것이 나의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 내가 가는 장소는 복음을 전해야 될 분들을 만나는 장소로 생각하며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살던 홍콩은 많은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참으로 전도하기 좋은 장소였다. 또한 우리는 외국인들만 모여 사는 주거지역에 살고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통해서 만난 학부형을 포함해서 여러 민족을 만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남편의 직장이 외국 은행이라서 그 직원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장소에도 수 개국에서 온 분들을 접할 수가 있었고 이 기회는 곧바로 복음전파의 기회이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전도하는 법을 배운 것이 사영리라서 사영리로만 전도를 하였다. 그러나 선교현장에서 오래 전도를 해 본 결과 다른 문화, 지식의 정도, 연령별, 그리고 그분들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전도의 대가인 주님께 계속 지혜를 구했다.
그 결과 주님은 모든 민족을 초월하고 연령이나 지식 모든 것을 넘어서 주님께 인도하는 전도의 비밀을 가르쳐 주셨다. 그 비밀은 바로 사랑과 진실이다.
다른 선교회에서 전도세미나를 듣고 책도 많이 읽어 보았다. 주로 우리가 이런 경우에 어떻게 말을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1986년부터 지금까지 공산주의든 모슬렘이든 주님이 가르쳐준 사랑과 진실의 비결은 상대가 누구든지 주님께로 인도할 수 있었다. 주님이 공급하신 사랑으로 섬길 때 그 영혼이 생명의 빛이 되신 주님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노니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않고 또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 ”(고전 12:3)
나는 수시로 주님께 전도하는 법을 여쭈어 보았고 그 방법으로만 전도를 하여 가는 곳마다 수 많은 영혼들이 주님 앞에 오는 것을 체험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전도를 나가면 열매가 없어서 움츠러 든다. 나는 그들에게 주님께 전도하는 법을 여쭈어 보기를 권한다.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시몬이 대답하여 가로되 선생이여 우리들이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그리한즉 고기를 에운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눅 5:4∼5)
비행기를 타면 옆의 사람에게, 기차를 타면 그 안에서, 또 대학교나 길거리 어디든지 나는 주님을 자랑하는 일에 힘썼다. 그리고 조국으로 돌아 왔을 때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키워서 나와 같이 전도 훈련을 시켰다. 우리는 전도를 한다고 하면 보통 무엇을 전하는가?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신도시에 오면 이동 숫자가 넘치는데 교회 선택의 첫 번째 조건이 주차장이라고 한다. 설교는 짧아야 하고 부담 주는 설교는 싫다. 간섭 받기도 싫다. 그래서 전도를 하면 그들의 구미에 맞게 이런 내용을 늘어놓는다.
“우리 교회 좀 나오세요. 우리 교회는 주차장 시설이 아주 넓어서 주차하기 좋아요. 건물은 얼마나 최신형으로 잘 지었다구요. 그곳에는 차 마시는 곳도 있고 식당도 있어요. 음식 맛은 좋은데 아주 싸거든요. 그리고 우리교회는 부담을 주지 않는답니다.”
성경에는 우리가 전할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의 하였다.
“우리가 우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주 되신 것과 또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너희의 종 된 것을 전파함이라”(고후 4:5)
첫째,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가 주인된 것을 전하여야 된다. 이방종교를 가진분들에게 이것을 전하는 것은 오직 성령의 권능으로만 가능하다.
둘째, 그들의 종된 것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은 섬기는 일을 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섬김을 가르치기 위하여 이렇게 강조 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큰 자가 되려는 사람은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좀더 깊이 잊지 않게 우리가 마음에 새기기 위하여 자신의 예를 말씀하셨다. 즉 자신이 섬김을 받으러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손수 발을 씻기시며 모범을 보여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한 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시고 우리가 섬기는 마음을 발전시키는데 관심을 가지셨다. 우리는 전도를 하면서 예수님의 섬김의 인격을 조금씩 닮아가야 한다. 너무나 부족한 나는 지금도 섬김의 훈련을 받고 있다.
나는 주님이 이끄시는 곳은 어디든지 갔다. 무의탁 환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반대로 부자들이 사는 곳, 대학교, 가정집, 남녀노소, 한국인, 외국인. 요즈음은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중소기업공단에서 수 많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 형제 자매들에게 복음을 증거한다. 그리고 말씀으로 주님의 제자들을 양육한다.
주님으로 인하여 우리가 날마다 맛보는 풍성함과 부요함을 다른 성도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영혼을 주님께 인도할 수 있다면
내가 어디에 있든지 어떻게 살든지
또 무엇을 견디게 되든지
나는 관계치 않노라
잠을 자면 저들을 꿈꾸고
잠을 깨면 첫째 생각이
잃어버린 영혼들이라
아무리 박식하고 능란하며
또 심오한 설교와 청중을 감동시키는
웅변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결코 인간의 심령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결핍을
대신할 수는 없노라
-브레이너드의 일기에서-
비내리는 스퀘어파크
비내리는 홍콩. 스퀘어 파크 한 귀퉁이 처마 밑에 여자들이 모여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1985년 처음으로 남편을 따라 홍콩으로 온 내게 하필 그 스퀘어 파크가 눈에 띄었다.
홍콩인들은 몰라도 필리핀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는 그 곳. 홍콩으로 온 필리핀 가정부들이 휴일이면 갈 곳이 없어 모여 든다는 곳 스퀘어 파크. 고향에서는 간호사도 하고 교사도 한 대졸 출신의 인텔리지만 홍콩에 와서는 그저 가정부일 뿐이다.
어린 아들과 딸을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홍콩에서의 하루하루가 분주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십자가의 체험을 하게 되자 모든 게 변화되었다. 길을 가다가도 말씀을 전하고 시장을 가면서도 전도를 했다. 또한 무심결에 스쳐 지났던 스퀘어 파크가 1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얼마나 무심했던가. 성령님이 나를 인도하시자 보지 못하고 있던 세계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듯 했다. 주여! 제 자신과 제 가족 밖에는 몰랐던 너무도 이기적인 저를 용서하소서.
오직 순종하는 마음만으로 아는 사람도, 기다리는 친구도 없는 그곳으로 갔다. 사람을 하나 둘 만나서 이야기를 걸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뿐더러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나를 이상한 듯이 쳐다 보았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바람을 맞았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다.
“자매님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나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우리들의 관계는 무엇이 되나요?”
그들은 웃으면서 자매지간이 된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나 둘 쌓아져 갔다. 그들의 휴일에 맞추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던 것을 두 번씩 만나 성경공부를 하게 되고 생일이면 우리 집에 초대하여 같이 식사를 하는 관계로 발전을 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거의 다 천주교 신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습관적인 신앙일 뿐이었다. 살아서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는 주님을 그들은 몰랐다.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주님의 사랑을 알려주며 우리 하나 하나를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여기시는 지를 말할 때면 저마다 새로운 감격으로 울곤 했다.
“가정부로 이 곳에 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상 숭배가 심한 홍콩에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대사로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사람 한 사람 설움에 젖어 풀어 놓는 홍콩에서의 삶은 저마다 미움과 불평이 가득했다. 나를 괴롭히는 주인으로 인해 사람을 미워하는 죄를 짓기보다는 그 미운 마음을 없애 주실 것을 주님께 기도 드리자고 했다. 그들은 자녀를 필리핀에 두고 와서 가장 노릇을 하거나 미혼으로 가정을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여성은 결혼하고 두주만에 홍콩으로 와서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어떤 여성은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데려와서 살고 있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필리핀의 어느 지역은 어린이들이 거의 엄마 없이 자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과 말씀을 나누며 함께 기도하며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흘러갔다. 그들은 이제 달라졌다. 주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그분만을 의지하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오직 순종함으로 스퀘어 파크로 간 내게 주님은 친히 역사를 보여 주셨다. 난 스퀘어 파크에서 다시금 보았다. 소외된 자를 부르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주님을. 그들은 내게 말하곤 했다.
“미움을 없애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주인이 내게 무척 친절해 졌어요.”
“성경책을 읽으며 그 구절을 이렇게 노트에 옮겨 적었어요. 이 노트 보세요.”
“정말 예수 믿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 몰랐어요.”
병원 문이 열리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붙였으니 너희 모든 군사는 성을 둘러 성 주위를 매일 한 번씩 돌되 엿새 동안을 그리하라 제사장 일곱은 일곱 양각 나팔을 잡고 언약궤 앞에서 행할 것이요 제칠일에는 성을 일곱 번 돌며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 것이며 제사장들이 양각 나팔을 길게 울려 불어서 그 나팔 소리가 너희에게 들릴 때에는 백성은 다 큰 소리로 외쳐 부를 것이라 그리하면 그 성벽이 무너져 내리리니 백성은 각기 앞으로 올라 갈찌니라” (수 6장 2절∼5절)
87년까지 홍콩에서 사는 동안 난 스퀘어 파크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하나님께서는 날 바삐 움직이게 하셨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아파트에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여성이 있었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전도지를 건네곤 하였다. 한 번은 전도하러 홍콩 대학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여성이 그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말 할 틈도 없이 딱 잘라 거절했다.
“전 바빠서 같이 이야기 할 틈이 없어요.”
마치 장사꾼 자르듯 나를 대했다.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 드리면서 돌아와야 했다. 어디 두고 보자.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오기로 한 분이 차가 고장 나서 못 온다는 전화가 왔었다.
그 차가 고장이 나지 않았으면 난 그 분과 집에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나는 평소에 미루었던 일을 하려고 집을 나가게 되었는데 마침 그 시간 엘리베이터 안에 그 여성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내가 가는 장소와 같은 장소를 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고 홍콩대학에서의 일을 만회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복음을 전하고 언제나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성경책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넸다. 나는 늘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다가 복음을 전한 대상에게 성경책을 주곤 하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전에 제게 성경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잘 읽어보았습니다. 사실은 당신이 주신 것이 아니고 주님이 주신 것이었습니다. 주님을 더 알고 싶기에 당신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하나님은 늘 이런 식으로 결실의 단맛을 맛보게 한다. 주님이 함께 하심을 체험할 수 밖에 없는 시간들. 이렇게 필리핀인들에게 그리고 홍콩대학에 하루 하루 하나님의 가족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87년까지 3년이 흘렀다. 87년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90년에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 98년 다시 귀국할 때까지 선교의 사역은 계속되었다.
홍콩.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 그 중국, 선교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홍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은 집세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곳이다. 외국인이 사는 아파트일 경우 한 달 월세가 평균 미화 1만 달러를 넘었다. 가히 일반인의 상상을 넘는 물가였다. 선교사를 보낼 경우 체재비만 해도 엄청난 곳이다.
당시 방 하나 있는 곳도 한화로 백 만원의 월세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 이곳에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보내 주신 것이다. 함께 그 곳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는 분들 중에 진심으로 선교하기를 갈망하는 자매들이 다섯 분이 있었다.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여 복음을 전할 때 쓰임 받는 서순애, 찬양을 지휘하는 김동연, 솔리스트 강경숙, 반주자 오득주 그리고 나, 비록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우린 하나님께서 직접 선교하심을 보게 되었다. 바로 막레이호스 병원과 퀸메리 병원의 문을 여시는 하나님을 보았다.
1994년 6월. 우리는 홍콩의 병원 선교를 위해 금식기도와 매주 산 기도를 했었다. 3년에 걸친 성경공부를 통해 서로를 확인한 자매들과 함께 우리가 누리는 복음의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 택한 곳이 병원이었다. 자신을 지식인 운운하며 생각하는 대학생들보다는 사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생의 주인이 자신일 수 없음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병원. 그곳은 어쩌면 구원 받아 새 생명으로 변화될 수 있는 은혜의 보고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사실 이를 바라며 기도하는 우리 역시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는 전혀 가능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찬양을 부르며 선교를 하는 일이란 기독교인이 25%라는 한국에서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독교인이 5%도 안되는 홍콩에서 어떻게 그 일이 가능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놀랍기만 하다.
주님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성. 어떤 때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그냥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만 기도해도 하나님께서는 급하게 들어주셨다. 그러한 경험들이 바로 막레이호스 병원과 퀸메리 병원 선교에서 확연히 체험하게 되었다.
우리는 막레이호스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찬양을 하기 원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허가를 받아 찬양사역을 시작하게 되면서 홍콩에서 가장 큰 정부병원의 하나인 퀸메리 병원 원장에게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나 하나 응답해 주시는 과정을 숱하게 체험했다. 매일 말씀을 묵상 하다 보면 내가 처한 상황에 맞는 말씀을 그때 그때 접하게 된다. 그때도 병원 선교를 놓고 기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큐티 순서에 따라 말씀을 읽는데 “일어나 빛을 발하라”라는 이사야서 말씀이 마치 전기처럼 온 몸에 감전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조용한 음성으로 내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일어나 빛을 발하거라”
하나님께서 이 일을 기뻐하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기도와 말씀을 통한 확신을 편지에 담았다. 답장이 없어도 결코 포기하는 마음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친히 이루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답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병원으로 찾아갔다.
하루는 이 사무실로 또 하루는 다른 사무실로 그러다가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복지과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기웃거리는데 마침 지나가던 간호사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난 크리스천인데 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찬양을 하고 싶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복지과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자신이 담당자를 소개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회의 중인 사무실에 노크까지 하고 들어가서는 우리의 계획에 대해 설명을 했다. 플로렌스 츄라는 사람이 회의를 하다 말고 나와 우리를 보니 기쁜 마음이 든다며 그 자리에서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크리스천도 아닌 사람이.
병원장은 편지 자체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마 비서가 전달하지 않은 듯 했다. 통화를 끝낸 플로렌스가 물어왔다. 어느 과를 가서 전도를 하고 싶냐는 말에 병원 내 모든 과에 가서 하고 싶다고 답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열망에 나도 모르게 그런 대답이 나왔던 것이다.
플로렌스는 교회 목사님의 추천서를 써서 다시 병원장과 자신에게 가지고 오라고 했고 서류를 보낸 후로 한동안연락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전화를 했더니 모든 의사와 간호사의 허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병원 전체에 설문 조사지를 돌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한국의 크리스천 의사들도 통과를 안 시킬 일인데. 그러나 하나님은 역사하고 계셨다. 그것이 통과가 된 것이다. 스케줄이 다 짜여서 나왔다. 몇 월 며칠은 산부인과, 몇 월 며칠은 내과. 이런 식으로 모든 과에 걸쳐 일정이 나왔다. 실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또한 병원 내에서 찬양 공연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찬양하며 전도하는 것에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우리가 찬양을 하러 갈 때마다 환자들에게 의자도 갖다 놓게 하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랬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려는데 금하는 자가 없었다는 사도행전 말씀이 내 눈 앞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유하며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담대히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께 관한 것을 가르치되 금하는 사람이 없었더라”(행 28:30∼31)
하나님께서 내 주위에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지위의 사람을 통해 일을 이루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랬기에 더욱 이 일을 행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확신할 수 있었다. 찬양을 하는 우리들도 그랬다. 처음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같이 하기로 했으나 그런 분들은 대부분 사정이 생겨 빠졌다. 그래서 성악도 무용도 전공하지 않은 주부 다섯 명 정도가 모여 찬양하고 율동을 하는 것이었음에도 환자들이 모여 들었다.
첫 날 우리가 복도를 돌며 환자들을 초청하면 “예수”라는 소리만 들어도 손은 내 젖던 사람들. 그럼에도 조그만 예배실에는 휠체어를 탄 20여 명의 환자들이 모여 들었다. 영어나 서툴은 중국어, 한국말을 섞어서 하는 어설픈 찬양과 율동에도 매번 예배 실은 눈물 바다가 되었다. 성령님께서 친히 그들의 마음을 녹여 주신 것이다. 정말 놀라웠다.
홍콩을 떠날 때 헤아려보니 예수님을 영접하고 성경을 받기 원한 사람만 천 명이 되었을 정도였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앞에 어찌 이런 기적이 일어난단 말인가. 결코 우리 자신의 역량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는 은혜였다. 난 찬양과 율동을 할 때마다 다음의 말씀이 생각나곤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고전 1:27)
그렇듯 주님께서는 부족한 자를 들어 쓰시면서 친히 행하셨고 마치 여리고 성이 무너지듯 그렇게 막레이호스 병원은 열렸고 이어 퀸메리 병원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막레이호스 병원의 개업 10주년 행사장. 보사부 장관까지 참석한 그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한복을 입고 찬양과 율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병원 병원장들이 너나없이 와 달라는 바람에 나중에는 거꾸로 우리가 시간 스케줄이 꽉 차서 가지 못하는 곳이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그해 12월 크리스마스 때에는 홍콩방송을 통해 홍콩의 시청자들 앞에서 하나님께 율동과 찬양을 올렸다. 우리의 찬양 모습은 홍콩방송을 통해 중국에까지 방송되었다고 한다. 그렇듯 기적은 기도하는 평범한 주의 양 앞에 끝없이 이어졌다.
기차 객실을 뛰어다니며 전도지를 돌리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하며 이런 일 저런 일을 통해 단련을 받기도 했지만 항상 주님이 함께 하시고 먼저 행하셨다. 홍콩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도 지금은 한국에서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게 하셨다. 여리고 성을 무너트린 이가 하나님이셨듯이. 우린 그 하나님 손길의 통로일 뿐, 아니 그 통로를 경험하는 축복 받은 자일뿐. 홍콩에서 복음을 전해 주던 여러 사람들 중에 몇몇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이 뚜렷하다.
중풍병자 ‘도린’ 이야기
중국인 도린은 중풍으로 휠체어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필리핀 가정부가 그녀를 돕고 있었다.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긴 우리 친구 순아는 늘 그녀를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여 친구로 지내왔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복음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 도린을 어느 날 점심에 초대했다. 복음전파의 응원부대로서 우리 집을 택한 것이다. 한 달 전에도 우리 집에 초대하였는데 그때는 감기가 걸려서 못 온다고 해서 미루게 되었는데 한참 만에 오게 되었다.
“집에 가면 차 한잔만 마시게 해주세요. 나는 손을 제대로 못 쓰니까 사방에 음식을 흘려서 남과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해요.”
“휠체어를 타고 한번 외출하기도 힘든데 차만 마시고 가면 내 마음이 편치 않아요. 우리는 자매간이니까 그런 예의 따위나 부끄럼 같은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마세요.”
도린은 쾌히 승낙을 하였다. 도린은 항상 아침을 늦게 먹는다고 하여 나는 일부러 점심 시간을 1시로 정하고 부지런히 음식장만을 하였다. 그녀의 집과 우리 집은 약 15분 거리인데 택시로는 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였다. 12시가 좀 지나자 도린이 전화를 했다.
“택시가 잘 안 잡힐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려고 해요”
10분이 조금 지나서 현관 벨이 울리고 내가 사준 옷을 입고 도린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화장을 한 얼굴을 보았는데 밝은 미소를 띠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오랜만의 외출에 너무 기쁜 나머지 1시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아이처럼 흥분해서 우리 집을 둘러보며 휠체어를 밀어내고는 우리집 식탁의자에 앉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 도린은 평소처럼 이야기 보따리로 웃음꽃을 피웠다. 실컷 이야기하도록 해주는 것이 그녀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별로 신앙적이지 못하죠.”
도린이 우리집 책장에 꽂혀있는 신앙서적을 둘러보면서 하는 말에 내가 대답을 했다.
“도린도 신앙을 가질 수 있어요. 저 책들은 ‘사랑’이라는 한 단어를 알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에요.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셨는가 하는 것이랍니다. 그 아들을 십자가에 달려 죽게까지 하신 사랑이니까요.”
그리고 그녀를 쳐다보며, “도린이 이렇게 피부가 고운지 몰랐어요”하면서 도린의 이마에 키스를 해 주었더니 웃으면서 “세상에서 제일가는 허풍쟁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도린에게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도 “하나님은 내게 다리 대신 날개를 달아주셨어요”라고 말하며 장애를 극복한 인도의 외과 여의사 이야기와 “사는 것이 황홀하다”의 저자이며 많은 장애인에게 용기를 준 일본인 타하라 요네꼬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
열 여덟 살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그녀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빛은 어두움을 통과 할 때
밝음을 드러내는 법
우리의 삶 또한 역경의 길을 헤쳐 나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 받게 되는 게 아닐까
타에라 요네꼬
그녀는 꽃다운 그녀의 육체를 잃고서야
하나님을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엄청난 사고가 없었다면
아마도 예수를 만나지 못했을지 모르기에
잘려나간 육체보다 썩어가는 영혼을
안타까워하면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사는 그녀
그녀가 가까이 와서 다가와 삶에 지친
우리에게 속삭인다.
불행이란 없어요. 예수 믿는 우리에겐.......
나는 뇌성마비 송명희 시인이 쓴 “나” 라는 시를 좋아한다. 그 시에서는 남이 가진 재물, 건강, 지식이 없으나 남이 모르는 비밀을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 해 주었다. 우리 아파트 정문 분수대에서 같이 사진을 찍은 후 핑크 빛 얼굴이 되어 도린은 돌아갔다.
“주님, 도린을 구원하여 주십시오!”
홍콩대학교
홍콩에 종합대학으로는 중문대학교와 홍콩대학교 뿐이기 때문에 이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국 유학을 간다. 그 연고로 이곳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두뇌가 명석한 사람들로 자존심이 대단하다.
이곳에 CCC 손세만 간사님이 사모님과 사역을 하면서 전도한 학생을 양육하는데 도와줄 동역자를 기도하며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열심히 스퀘어파크에서 필리핀 사람들에게 전도 하는 것을 보고는 손 간사님이 같이 홍콩대학교에서 사역할 의사를 물었다. 그래서 홍콩대학교에서 전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증거하면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얼마나 자신이 약하고 못났으면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고 예수에게 의지하느냐고 비웃는 것이다. 사영리를 가지고 전도하러 가면 아주 우스운 책자를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비아냥거렸다.
“인간은 어딘가 약한 것이 있어서 무엇인가 의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신을 찾는 것이지 강한 사람은 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러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위대한 지식이 무엇인지 전하면 주님 앞에 항복을 하곤 하였다.
“참으로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 보다도 긴 역사를 자랑하지요. 대단한 나라입니다. 자, 그러면 한번 생각을 해보십시다. 100년 전에 살던 역사의 인물을 누구든 생각해 보세요. 200년 전, 500년 전, 700년 전, 1,000년 전, 1,500년 전 모두 한 명씩 만 생각해 보세요.”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준 다음 이야기를 계속 하였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이 자매님이 오늘 나와 만난다고 똑같이 기록을 해 놓은 거 예요. 게다가 언제 자매님이 태어났고 어디서 자랐으며 어느 학교를 다녔고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각자 기록을 해 놓았어요. 이것이 가능할까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성경이 어떤 책이고 그들이 읽는 어떤 책보다도 위대한 책인데 비교할 수 있는 책이 있느냐고 질문을 하면 보통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설명을 하면서 다른 어떤 방법보다 많은 사람을 전도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처음 우리를 만들 때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기 때문에 지식이나 물질, 명예가 들어가도 공허함이 언제나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공허함은 하나님만 만족감을 줄 수가 있는 것이기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주님의 가족이 홍콩대학교에서 늘어 났다.
공부하는 목적이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잘 살기 위함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던 그들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중에 그레이스는 졸업 후 CCC 거지 전도에 합류하여 일본과 한국에 전도여행을 왔었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들려 주었다.
“일생 동안 돈을 버는데 얼마 동안이라도 주님을 증거하는 일에 나의 시간을 드리고 싶어서요.”
그 말은 나를 너무나 기쁘게 하였다. 처음 그를 양육하며 캠퍼스에서 전도훈련을 시킬 때 친구들이 보면 부끄럽다고 한사코 빼는데 전도는 주님이 하시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마침 건너편에 있던 두 여학생을 전도해 보라고 시켰다. 대부분 처음 전도하러 나가는 사람들에게 주님은 어려운 대상을 붙여주지 않고 마음 문이 열려 있는 사람을 준비 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날 만난 여학생은 깐깐한 홍콩대학생이 아니고 다른 데서 놀러 온 고등학생이었다.처음 전도를 하였는데도 순순히 복음을 접하였던 것이다. 한번은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단기선교 여행을 왔다.
그들은 홍콩대학교에 가서 전도하러 갈 예정이었는데 나는 그들을 데리고 먼저 기도하고 가자며 산에 갔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옆에는 여학생 10여명이 놀러 와서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학생들에게 저들을 전도해 보라고 하였더니 한 학생이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홍콩 대학생들이 아닌가.
학생들은 그곳에서 연극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였고 놀던 여학생들은 진지하게 복음을 받아들였다. 그때 서울서 왔던 여학생 중에 후에 인도 선교사로 간 한 학생은 선교 훈련기간 중 그날의 일은 하나님이 직접 만날 자를 만나게 하시고 마음 문도 연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전해 주었다.
대만에서 온 ‘세리’
세리는 내가 만다린을 익히기 위하여 대만 사람들이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곳에 가서 만난 친구였다. 홍콩사람들은 광동어를 쓰기 때문에 나는 만다린을 배우면서 언어를 연습하기 위하여 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갔는데 여러 명이 모인 곳에서 세리는 한눈에 들어왔다.
세리는 영국인 남편과 살면서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로 8년째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첫 인상은 마치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를 보는 것과 같았다. 처음 세리의 아름다움에 결혼을 한 그녀의 남편은 자신은 상당히 상류층으로 행동하며 세리를 무시하기 시작하였고 아이들 모두 어릴 때부터 영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혼자 집에 남은 세리는 자신의 집이 마치 감옥과 같이 느껴진다고 한숨을 쉬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늘 혼자였고 자녀들 조차 자신을 무시한다며 울먹였다. 그 후로 자신은 아무것도 자신이 없어지고 온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날 세리는 처음 만난 나에게 고백하기를 예수를 믿으면 자유함이 있을까 해서 교회도 나가고 성경공부도 하였으나 자신은 전혀 말씀이 이해도 안될 뿐더러 언제나 자신에게는 먼 곳에 있는 하나님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우리 집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 드리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더니 선뜻 나를 따라 나섰다.
너무나 괴로웠던 세리는 나를 만났을 당시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을까 바다에 가서 빠져 죽을까 고민 중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세리는 다음 날 아침 새벽에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평안해지더라고 내게 말해 주었다. 우리는 자주 만나서 같이 성경을 읽고 기도도 했다. 나는 세리에게 하나님 말씀을, 세리는 내게 만다린을 가르쳐 주면서 친구가 되었다. 자기의 어려움만 신경 쓰는 것보다 오히려 환자들을 위로하면 자기의 어려움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세리에게 같이 병원전도에 가자고 제의를 하였다.
세리는 병원에 가면 자신이 더 슬퍼지는 것이 아니냐고 하더니 우리 다섯 명이 찬양을 하며 복음전하는 것을 보고는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후 세리는 우리가 전도하는 것을 열심히 중국어로 통역해 주었다.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세리는 점점 더 말씀을 가까이 하면서 주님을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힘든 현실이지만 주님을 의지하며 지금도 걸어가도 있다.
복음의 위대함이여!
막레이 호스병원에서 찬양전도를 하던 어느 날 맨 앞에 다리가 양쪽 다 잘린 젊은 남자분이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몹시 창백하였고 우리 찬양을 눈을 감고 듣는 모습이 가슴을 저려오게 하였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잘린 미스터 잉의 표정은 ‘나는 더 이상 세상에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전해 주었다. 그후 병원에 갈 때마다 그의 휠체어에 꽂혀있는 너덜거리는 성경책을 보았는데 열심히 읽었다는 증거였다. 성경공부를 통해 어두움과 절망 속에 갇혀 있던 미스터 잉은 빛 되신 주님을 보기 시작하였다.
얼마후 미스터 잉은 복음을 듣고 주님을 영접하여 다시 소망을 갖게 되었고 컴퓨터를 열심히 배워 그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내가 홍콩을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살다가 잠시 홍콩을 방문 하였을 때 환하게 웃던 그의 모습은 내게 복음을 열심히 전할 수 있는 용기를 다시 갖게 하였다.
하나님의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그분의 절대주권임을 새록새록 깨닫게 된다. 홍콩에서 노방전도를 나갈 때도 우리는 분명 어느 역을 향해서 가려고 했는데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쪽으로 왔지 싶으면 생각지도 않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중국본토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사람으로 성경책 받기를 갈망하던 이를 만난다든지 아니면 동냥하는 할머니가 중국말로 뭐라 하기에 동냥하는 일에 방해된다고 그러는 줄 알고 돈을 쥐어주었더니 그게 아니라 전도지를 달라면서 여러 종류의 전도지를 모두 찬찬히 읽어보던 할머니. 모두가 이미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쪽 방향으로 걸어갔던 것이다. 이처럼 구원을 이루실 때나 모든 일을 이루실 때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 계신 것이다. 이는 또한 내 인생의 과정에서도 확인되었다. 또 다른 이국의 땅 말레이시아에서도.
마흔 여덟 살에 새 언어 공부를?
1995년 6월 우리 가족은 남편의 발령지 변경으로 인해 홍콩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왔다.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조용한 휴식을 가질 수가 있었다. 또한 이 기간이 아들 현기가 대학에 들어가기 직전이어서 아들을 떠나 보내기 전에 같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감사했다.
홍콩에서 사는 동안 우리 집은 일 년에 반은 손님들과 같이 지냈다. 홍콩이 워낙 호텔비가 비싸다보니 묵을 곳이 마땅치 않은 선교사님들이 주로 우리 집을 찾았다. 어떤 때는 한 번에 다섯 분이 와서 묵는 바람에 우리는 방을 모두 내어드리고 방 하나에 온 가족이 지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성경공부, 기도모임 그리고 병원선교를 위하여 선물포장 및 찬양연습을 하다 보면 우리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예 집 대문에 무료 호텔이라고 써 붙이라고 농담을 하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말레이시아에 와서 아이들과 쉴 수 있는 시간은 참으로 달콤했다.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귀한 기간이었다.
8월 말에 아들 현기가 대학에 들어가고 딸 지혜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9월부터 다시 하나님의 새로운 사역을 준비하게 되었다. 난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모슬렘 나라인 말레이시아에 보낸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곧 원주민 선교로 이어졌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로 말레이어로 성경공부 교재를 번역하는 일이 내게 주어졌다. 말레이어를 단 한 글자도 모르는 내게 말이다.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봉사하였으나 그를 연애하는 까닭에 칠 년을 수일 같이 여겼더라”(창세기 29장 20절)
사랑의 힘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말레이어 공부를 극복하였다. 손으로는 설거지를 하고 눈은 싱크대에 붙여놓은 단어장을 보고 하였다. 말레이어는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 도대체 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단어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제대로 뜻을 전하는 단어가 없다 보니 모든 것이 늘어지고 힘이 들었다. 게다가 난 일반 회화도 아닌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했다.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역시 내 머리에는 오직 한 생각만이 맴돌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선교사로 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이셨는가. 내게 주어진 집과 차, 생활비 그 모든 것이 난 남편을 통해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선교비용으로 받아 들여졌다. 게다가 모슬렘 나라에 선교사가 들어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또한 신분을 속이고 온다 할지라도 비자 기간 관계로 대개 3개월에 한 번씩 본국을 다녀와야만 했다. 이에 비해 난 주재원의 부인이라는 신분이다 보니 비자 체류기간이 자유로우며 그 외에도 모든 것이 훨씬 수월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는 것이다. 홍콩과 달리 여기서는 영어로는 의사 소통을 할 수가 없으니 제대로 된 선교를 하려면 언어가 필수였다. 방법은 단 하나. 전도를 하기 위해 난 열심히 말레이어를 배우기로 했다. 그런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배운단 말인가. 단순한 회화도 아닌 선교를 하기 위한 배움이기에 알아야 할 단어 자체가 달랐다. 성경의 용어를 어디서 말레이어로 배운단 말인가. 종교경찰이 곳곳에 숨어 있는 모슬렘의 나라 말레이시아에서 말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아주 제한된 종교의 자유가 있다. 이슬람교 외의 종교를 믿을 수는 있지만 절대 모슬렘에게 전도를 해서는 안된다. 택시 운전사에게도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비밀 종교경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이슬람교 외의 종교를 전파하는 자를 색출하려는 비밀 종교경찰이 있었다. 그 감시망은 외국인도 예외일 수 없었다. 아니 외국인이 주 감시 대상이었다. 그러기에 함부로 말레이어를 배우는 것도 힘 들었다. 왜 이곳 언어를 배우려 하는지 그 동기가 문제가 되었다. 또한 회화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감시과정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무엇을 했느냐 등의 질문을 통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선교사의 언어 습득을 철저히 막고 또한 선교활동을 색출해서 추방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곳에서는 십자가 목걸이를 하지 않는 것이 신변에 안전하였다. 차창으로 보이는 곳에 성경책을 놓아둘 수도 없었다.
기독교인의 차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모슬렘들이 차 유리를 깨트릴 지 알 수 없는 곳. 그곳이 말레이시아였다. 그런 곳에서 성경을 가르칠 목적으로 말레이어를 배우려는 내게 누가 교사가 되어줄 것인가.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기도했고 사바 지역에서 온 대학원생과 연결이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왈라룸프가 있는 지역은 서 말레이시아이고 바다를 경계로 동 말레이시아가 있다. 동 말레이시아 지역은 이전에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활동의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리스천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 쿠왈라룸프에 와서 유학을 할 경우에 그들끼리의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이들 역시 그곳의 다른 모슬렘에게 전도하는 건 절대로 안된다. 그 사바 지역 출신의 대학원생으로 누나가 목사인 청년으로부터 개인가정교습을 받았다. 지금도 말레이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컴퓨터와 책상과 공부 밖에 없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는 사바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치겠다고 감히 현지 교회를 찾아갔다.
한국에서 청년부와 대학부를 가르쳤던 경험을 가지고 이 곳 기독청년들을 섬기고 싶다는 아주 단순히 생각에서였다. 대학생들이니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할 터이고 그럼 영어로 가르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다만 성경공부 교재는 말레이어로 만들어서 갔다.
사실상 말레이시아에는 기초적인 성경공부 교재조차 없었다. 성경 자체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된 성경을 쓰고 있었다. 그 후에 말레이어로 된 성경이 나왔다. 그래서 난 영어로 쓰여진 성경공부교재를 말레이어로 간추리는 작업을 과외로 받으면서 끙끙거리며 해냈고 그 교재를 손에 들고 말레이시아 현지교회(SIB 교회) 리차드목사님을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부탁을 받게 되었다. 교재를 살펴본 목사님께서 다른 교인들도 볼 수 있게 책으로 내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단계별로 이어지는 교재를 계속 번역 해달라는 것이었다. 말레이어로 된 성경공부 교재는 마치 비 한 방울 없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그들에게는 너무도 절실한 문제였다. 하지만 내 서툴기 그지없는 말레이시아어로? 게다가 청년들을 맡아보니 이게 아니었다. 그들의 영어 실력이 내가 생각했던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말레이어로만이 성경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말레이어만 사용해서 성경을 가르친다니 지금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48세에 배우기 시작한 말레이어. 그렇다고 영어, 일어, 중국어처럼 이후 사용할 데가 있는 언어도 아니었다. 정말 난 오직 주님의 사랑만을 생각하며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외우고 또 외웠다.
성경공부를 하기 전에 할 말이나 기도 등을 다 영어로 쓴 후 가정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말레이어로 써서 그것을 통째로 줄줄 외었다. 성경공부 중에 할 모든 말을 사전에 말레이어로 다 외워서 가는 것이다. 또한 그러면서 동시에 성경공부 교재를 본격적으로 번역을 했다. 특히 출애굽기에 나오는 성막에 대한 용어 등을 말레이어로 찾을 때면 정말 야곱의 라헬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님이 나를 먼저 사랑하셨는데 어찌 내가 야곱의 라헬 사랑만도 못할까.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사랑하셨음이라”(요한일서 4장 19절)
오직 그 생각.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어려움을 이기게 한다. 3년 동안 정말 말레이어와 씨름을 했다. 어느 때는 새벽까지 성경공부교재 번역 작업을 했다. 나이 들어 이미 굳어진 머리로 말이다. 승용차로 트럭의 일을 하는 식이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책을 완성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말레이어 가정교사인 쥬닌 역시 함께 새벽까지 일했다. 누나가 목회자이다 보니 말레이어로 된 성경공부 교재의 필요성을 나 이상으로 절박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운 지방의 특성상 밀도 높은 과중한 노동은 되도록 피하는 풍토에서 이렇듯 새벽까지 일을 돕는 청년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그 결과 말레이어를 단 한 자도 모르던 48세 아줌마를 통해 말레이어로 된 세 권의 성경공부 교재가 만들어졌고 3천 권이 넘게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보급되었다.
쥬닌은 내 오른팔과 같이 움직였다. 그는 영어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룰 뿐 아니라 내가 새벽 3시까지 작업을 할 때 같은 양을 해 냈다.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할 때 우리 남편이 월요일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받는 전화가 비서가 아프다, 아니면 그의 남편이 아파서 또는 자녀가 아파서 출근을 못한 다는 것이다. 운전기사도 찾으면 어디 시원한 곳에서 잠을 자기 일쑤다. 그곳 현지에 근무하는 모든 분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 장소에서 쥬닌과 같은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힘든 일인데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것이다. 여지껏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나의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동역자를 붙여 주셔서 일을 진행하게 하셨고 지금도 너무나 훌륭한 동역자들로 홀리네이션스 선교회가 운영이 되고 있다.
이 성경공부 교재로 전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경퀴즈 대회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그랬다. 하나님은 말레이어를 전공한 어학교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나 같이 부족한 주부를 사용하셨다. 말레이어를 능통하게 해서 짧은 시간에 더욱 잘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도 모르더라도 주님께 기도하며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신다는 것.
하나님의 방법은 효율이 아니라 주님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진정한 사랑을 원하신다는 것을 3년동안의 번역 작업을 통해 더욱 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진정 주님을 사랑한다면 우리의 능력도 경력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결과로 나온 교재 자체 보다 그 과정에 담긴 주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기뻐 받으신다. 그리고 나를 돕도록 쥬닌을 보내시고 또한 이 모든 일을 이루셨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당신의 일을 직접 행하신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신실하게 주님의 음성을 듣고 걸음을 걷는 것, 이것이 바로 주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요하니스’
말레이시아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특히 나를 ‘마마’라 부르며 함께 식사하고 함께 눈물과 웃음을 나누었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내 이름이 지금도 외국인들 사이에 마마킴이 된 것이 그때부터였다.
돈을 벌기위해 말레이시아로 와서 불법취업자를 색출하는 경찰의 눈을 피해 어느 때는 산 속에 숨어 지내기도 하던 그들.
돼지 움막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며 차마 입에 넣기 힘든 음식 외에는 먹을 것이 없던 그들은 나를 엄마 (“마마”)라고 불렀다.
정말 내 아들이었다면... 그 생각이 미치자 나는 매주 밥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말이다. 조금 잘 산다 싶은 집마다 가정부가 있는 나라였지만 난 언제나처럼 가정부도 파출부도 두지 않고 내 손으로만 살림을 했고 매주 한 번씩 내 손으로 직접 그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했다.
40명이든, 50명이든 그 모두가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아들, 딸이기에. 선교는 거창한 현수막이 아니다. 내가 체험한 선교는 남들이 잠들은 새벽에 일어나 시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공장을 돌며 성경을 가르치고 함께 그들의 남루한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
책을 번역할 때도, 음식을 만들 때도, 말레이시아 청년들을 가르칠 때도, 성경을 들고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을 찾아갈 때도 하루는 정확히 24시간이었고 나는 여전히 주부였다. 하지만 주님이 함께 하시면 이 모든 것이 가능했고 이것이 바로 기도하며 나아가는 자만이 경험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참 신비이자 축복이었다. 그때 만난 인도네시아형제 요하니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5개월 동안 이 나라 말을 배우기 위하여 그야말로 나의 모든 노력을 쏟아 붓던 어느 날. 요한복음을 공부하는데 나의 짧은 실력으로는 마치 여리고 성을 정복하는 것과 같이 보였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가 있기에 주님을 사랑하는 일념으로 요한복음을 한 구절씩 공부하였다. 나는 밤이나 낮이나 읽고 외우고 또 요한복음에서 새로 나온 단어로 작문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 결과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성경 암송이었다.
처음에는 말레이시아 말의 표현은 길기 때문에 한국어 성경에 두 줄이 써 있으면 이 나라 언어는 네 줄이나 되어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어느새 100구절을 넘게 암송할 수가 있게 되었다. 나는 외운 성경구절을 모두 다시 한 번씩 반복하여 암송을 하고 매일 새 구절을 한 구절이나 두 구절씩 늘여가며 외웠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10시간씩 하던 언어공부를 6시간으로 줄이는 반면 성경공부 교재 번역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인도네시아 형제들과 교제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계획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인도네시아인 교회 형제 중의 한 명인 요하니스가 내게 어머니와 같다고 한 말은 내게 쇼크가 되었다. 내가 그들을 위로하려고 요한복음 1장 12절 말씀을 전해주면서 영접하는 자에게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고 한 아버지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하였더니 바로 어머니 같다고 하는 것이다.
‘친어머니라고 하면 아들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내 아들이 아침도 굶고 노동을 하고 있다면? 일주일에 하루는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장인 호텔을 짓는 공사장에 가서 그들과 같이 점심도 먹고 그들을 말씀으로 위로하자.’
다니엘에게 이 생각을 알리고 나를 공사장으로 인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들의 점심시간에 맞추어서 공사장에 가보니 다니엘이 콩시라고 부르는 그들의 임시 막사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고 음식은 만들어서 먹었다. 그야말로 돼지우리 같았고 가슴이 저려왔다. 인도네시아 형제 중에서 페트루스가 웃으면서 달려 나오고 공사장에 다른 형제들이 있다고 가르쳐 주는데 반갑게도 요하니스가 어디서 보았는지 뛰어나오고 로렌스와 조니도 그리고 이번 금요일에 집에 잠시 다녀올 두 명의 형제도 반갑게 달려왔다.
“지금 같이 점심 먹을 시간 있어요?”
그들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1시까지 돌아오면 되요.”
“잘 되었어요. 오늘은 상황을 살펴보고만 가려고 하였는데 우리 같이 식당으로 가요.”
나까지 모두 7명이 식당으로 갔다. 그들은 너무나 기뻐했고 나도 기뻤다.
“지난 주에 요하니스가 내게 어머니 같다고 하여서 나는 정말 어머니가 되기 위해 이제 이곳에 와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그들은 아침도 굶고 더운 땡볕에서 일을 해 땀 냄새가 대단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식사양은 적은 편이었다. 그들 중에 21세인 형제가 어제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여기 온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주님의 품으로 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공사장에서 죽으면 고용주가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들은 개가 죽은 것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매우 슬펐다.
그들의 하루 임금은 한화로 약 9,000원 인데 음식을 스스로 해결해야 되고 수시로 오는 경찰들에게도 돈을 상납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아쉬운 작별을 하고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니엘과 다른 막사도 돌아보고 오는데 다니엘은 매우 격려가 되고 힘이 난다고 주님을 찬양했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보이는 형제를 서로 사랑하지 않은 것은 주님의 제자가 아니다. 주님은 사랑이니까.
그 후 요하니스와 다른 형제들은 성경공부를 하면서 거듭났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을 보았다. 새벽이든 밤이든 요하니스는 피곤한 가운데 틈나는 대로 성경을 읽고 있었다. 그는 특히 성경암송을 아주 잘했다. 그는 내게 고백하였다.
“마마를 만난 후 성경을 읽게 되었고 성경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답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편 71절)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지 만 4개월 조금 지난 95년 11월이었다. 정글을 누비느라 내 살은 이미 까맣게 익어 더 이상 모기들의 공격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에는 부풀어 오르던 살점이 이제는 아무리 모기가 물어도 그냥 쓱 한번 침으로 문지르면 그만이었다.
우리 집이 있는 쿠왈라룸프에서 세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면 말레이시아 원주민들의 거주지가 나온다. 곳곳에 3미터가 넘는 뱀이 기어 다니는 정글 속. 수돗물이 나오기는 커녕 화장실도 없는 동네에는 학교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인지 조차 모르는 원주민의 아이들이 있었다. 난 원주민 선교를 담당하는 한국인 선교사님 일행과 함께 그 곳을 매주 방문하여 나무 밑에서 주일학교를 열었다. 그려온 그림을 펼쳐 보이며 설명을 하면 일행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현지인이 직접 옆에서 자세히 통역을 했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모여 앉아 낯선 이국인들이 들려주는 복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딸랑 딸랑 그 지역을 돌아다니는 아이스크림 장사 아저씨의 종소리가 울리면 그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면 신이 난 아이스크림 장사도 가던 길을 멈추고 앉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어 가는 주일학교. 찬양을 가르치고 율동을 보여주고 까치집 마냥 엉겨있는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빗겨주고 장만해 간 음식을 먹이고 그러다 어느덧 다음에 오면 아이들은 너나없이 전에 배운 찬양을 신나게 부르고 있었다.
모슬렘 국가에서 아이들이 예수님을 배우고 노래하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그 아이들이 큰소리로 부르는 “예수님 찬양”에 나도 모르게 “할렐루야”를 외치며 율동을 가르쳐 주곤했다.
우리 일행이 떠날 때면 타잔 처럼 나무에 올라가 손을 흔들던 귀여운 아이들. 왕복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도 결코 피곤할 수가 없었다. 그 날도 그랬다.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무 밑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가르치는 것이 전부였다. 신나게 주일학교의 모든 순서를 마치고 막 간식을 나누어 주는 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한 대 달려오더니 우리 앞에 멈췄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람이 노트를 꺼내더니 우리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아마도 매주 이 곳을 찾는 이국인에 대한 정보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그가 도착한 시간이 단 십 분이라도 빨라 찬양을 하거나 설교를 하는 순간이었다면 아마 우리는 그 자리에서 감옥으로 가야 했을 것이다. 그 모든 순서가 끝나고 간식을 나누어 주는 그 순간 원주민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 공무원이 들이닥친 것이다. 심문이 진행되었다. 어떤 기관에 속했냐면서 누가 스폰서인지를 대라고 다그치더니 우리가 타고 온 차량과 소지품을 조사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가슴은 연신 방망이질 쳐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어떤 상황이 좋든 나쁘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그들이 아무리 뒤져보아도 걸릴 증거물이 나오지 않았다. 성경공부를 위해 그려온 그림에는 다른 때와 달리 십자가 같은 직접적인 성경 내용은 전혀 없다는 사실. 게다가 말레이시아로 돈벌러 온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위해 산 성경 백 권이 차 안에 있었는데 오늘 따라 남편이 놓고 가라는 바람에 집에 내려놓고 왔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 수가 없었다. 통역을 맡아온 말레이시아 현지인도 오늘은 오지 않았다. 나는 담대함이 생겼다. ‘그래 무서워하지 말고 부딪쳐 보자’ 내가 먼저 그 경찰에게 다가가서 웃음으로 인사를 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단지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한국인 친구로서 어떤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사람들의 사는 참 모습을 보고 같이 친구가 되고 싶어서 여기 왔습니다. 말레이시아도 민주 국가이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것이 위법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내가 웃으면서 여유 있게 말하자 경찰관도 웃으면서 여유를 보였다.
“여기는 모슬렘 나라이고 특히 원주민들이 사는 곳은 허락 없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외국인이라 그런 법이 있는 줄도 몰라서 그랬으니까 앞으로 다시 오지 않으면 되지 않겠어요?”
옆에서 공무원은 계속 우리가 어느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지를 밝히라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도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예요. 남편 직장을 따라 이 나라에 왔을 뿐 어떤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 분들은 제 친구들이고요.”
다른 선교사님은 영어도 말레이어도 못한다는 식으로 경찰의 심문에 대처했고 난 말을 걸고 대답을 하는 사이사이 하나님께 끊임없이 기도 드렸다. 그런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의 반응 또한 놀라웠다. 정글에 있는 원주민이 전부 하나같이 우리 편을 드는 것이다. 한 여인이 내게 다가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전에는 온 적이 없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도 집에 가지 않고 그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로 다가갔다.
“지금 우리에게 원하지 않은 일이 생겨서 우리가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겠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다시 오지 못하여도 예수님을 꼭 믿고 있어라.”
그리고는 그들을 꽉 끌어 안았다. 그들은 우리 신원을 적은 후 우리가 다시 걸릴 때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떠났다.
그런데 그들이 시야에서 떠나기도 전에 다른 마을 아이 둘이 선교사님 지프에 올라 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 아이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쿠왈라룸프를 구경시키고 오늘 집으로 돌려보내는 길이었다. 경찰은 다시 방향을 돌려 지프차를 추적해 왔고 결국 선교사님의 차를 막아 섰다. 난 경찰이 선교사님의 지프차를 세우는 것을 보자 일단 선교사님 곁으로 차를 몰았다. 난 그들이 오기 전에 먼저 아이들을 해산시키겠다고 말한 후 운전대를 꽉 잡았다.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근처 마을의 또 다른 아이들을 경찰이 발견하기 전에 먼저 그곳으로 가야 했다. 난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차를 질주해 그곳에 도착했고 아이들을 해산시킨 후 다시 차를 달려 그곳을 벗어났다. 모든 게 마치 007 영화 같았다. 떨리는 그 순간 순간을 기도하며 생각지도 않은 위기를 그렇게 넘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선교사님의 신분증이 문제였다. 한인연합교회로 되어있는 신분증은 결국 우리 일행 전체를 다시 재수사하는 이유가 되었다. 며칠 후 교회로 이민국에서 사람들이 들이닥쳤고 그 때 그들이 들고 있던 명단 맨 위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이후 선교사님은 한국에서 다시 영어 철자를 바꾸어서 말레이시아로 입국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입국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른 두 분은 말레이시아가 적응이 되지 않아 일찍 말레이시아를 떠났을 뿐. 난 말레이시아에 와 있는 외국은행 직원의 부인이었고 원주민에게 전도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었기에 이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 지역을 다시 못 간다는 안타까움 외에는 그 일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흘렀다. 말레이어와 씨름하며 쿠왈라룸프에 유학 온 동 말레이시아 대학생들 외에 그 곳에 와 있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게도 성경을 가르치는 하루 하루의 생활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출근해 있던 남편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여보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내 말을 듣고 대답을 해 주어야 해”
그 말에 더 놀랐다. 공용비자 기간인 2년이 만기되어 연장을 신청했는데 우리 가족 중 나만 연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이름이 이민국 말레이시아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년간은 명분이 없어 가만히 있다가 비자 기간이 만료되자 이런 식으로 내쫓는 것이구나. 남편은 이민국으로 달려갔고 여기 저기 찾아가며 따져보았지만 결론은 한 달 안에 떠나라는 출국명령서의 기간이 2주로 줄어든 것이었다.
갑자기 우리 가족이 이산가족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딸 지혜는 겨우 고등학생이었고 아들 현기는 미국 유학 중이니 결국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남편 둘이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한번도 파출부를 쓰지 않고 내 손으로 모든 살림을 살아왔기에 집안 일을 맡길 사람도 없었다. 이제 고등학생인 지혜에게 한국 쌀을 파는 곳이니 이것저것 살림을 가르쳐야 할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 어린 것에게 어떻게 아버지 뒷바라지까지 맡긴단 말인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남편을 보고 있자니 하나님께 감사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당신 한국에 들릴 계획이지 않았소.”
몇 달 전에 친정 오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처음으로 맞는 친정 부모님의 생신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한국에 갈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남편은 그 사실을 상기시키며 나를 위로했다.
“한 며칠 친정에 가 있는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 사이에 어떻게든 돌아오게 할 테니 걱정 말고. 예수 믿다가 감옥에 가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데 너무 걱정말아요.”
나와 결혼하게 되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던 남편이었건만 이제는 이리도 든든한 격려자와 위로자, 동역 자로 내 곁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돌아오게 하겠다는 남편의 다짐은 말하는 그나 듣는 나나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편 회사에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인 사람의 자녀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종교 문제에 관한 한 그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만큼 이슬람 국가에서 기독교를 전파한다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종교 문제로 비자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는 그 나라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날도 밤 9시에 있을 성경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비속에서 차를 몰고 가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갔다. 이웃들이 눈치챌까봐 에어콘도 없는 집에서 창문을 꽁꽁 닫은 채 땀을 쏟으며 성경공부를 가르치던 일, 약속장소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차 안에 앉아서 성경을 가르치던 일,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집에 찾아가 그들이 먹는 차마 음식이라 하기 힘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주님의 사랑을 나누던 일들. 이것저것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윈도 브러시를 틀어도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 때문이었다. 2주 후면 남편과 딸 아이만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차창에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며 내 얼굴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며 난 무수한 질문과 답을 스스로에게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주를 섬기기를 위하는가?’
그 질문 앞에 다시금 자신을 세워놓자 내 입에서 찬송이 흘러나왔다.
“꿈에도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아멘.”
그런데 찬송을 하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명한 확신이 울려왔다. 그래 그것! 아직 덜 끝난 성경공부 교재 번역 작업.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모든 것이 명확한 확신으로 변했다. 이제 조금만 더 번역을 하면 되는데 내가 있어야 그 일을 마칠 수 있고 인쇄 작업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쫓겨나든 다시 들어오든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 안에 이루어지는 일인데 아직 성경공부 교재 번역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이곳에서 영영 떠나게 하지 않으실 거야.
성경공부 교재 번역은 분명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너무도 중요한 사역인데 그 일의 완성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주님께서 이 일을 못하게 하실 리가 없어.
‘분명 내가 모르는 주님의 더 크신 계획이 계신 거야. 난 분명 이곳으로 돌아 올 거야 분명!’
“밤 중쯤 되어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미하매 죄수들이 듣더라 이에 홀연히 큰 지진이 나서 옥터가 움직이고 문이 곧 다 열리며 모든 사람의 매인 것이 다 벗어진 지라”(행 16:25∼26)
어느 사람이 생의 황혼 길에서 뒤돌아 보니 인생이라는 모랫길 위에 발자국이 항상 두 쌍씩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서는 발자국이 한 쌍씩만 찍혀 있는 것이었다. 그는 예수님께 여쭈었다.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한다고 하셨는데 어찌 제가 가장 어려울 때는 발자국이 한 쌍만 있었습니까? 왜 그 때는 주님께서 제 곁을 떠나신 건가요?”
예수님께서 답하셨다.
“내 소중한 아이야. 그때는 내가 너를 안고 갔기 때문에 보통 때는 두 쌍이던 발자국이 한 쌍이 된거란다.”
내가 너무 안쓰러운지 남편의 직장 직원이 보낸 위로의 편지를 받고 내가 보낸 답장 중 ‘모래 위에 발자국’이란 시 한 구절이다. 더불어 주님이 어떻게 행하시는지 그 감격을 우리가 같이 나누게 될 그 시간을 기대한다고 썼다.
그 날 성경공부 모임에도 보통 때와 달리 40명이 넘게 모였다. 다들 내가 강제 추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나를 떠나 보내는 송별회를 갖기 위함이었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내 말에 그들이 입으로는 내가 돌아올 것을 믿는다고 말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제 다시는 여기에 못 올 겁니다”라고.
그들은 내게 줄 선물도 가져 왔다. 난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3 주 후에 돌아올 거라고 말이다. 한국에 3주 이상 있게 되면 친정 부모님이 이상하게 여길 터이니 분명 주님께서 친정 부모님에게 충격을 주지 않도록 그 전에 나를 이곳으로 돌려 보내실 거란 믿음이 있었다. 갑자기 아들이 죽은 것만도 힘이 드실 텐데 딸까지 추방되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난 그런 고통을 겪으시기 전에 주님이 나를 이곳으로 돌려 보내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난 그들에게 말했다.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이 일을 어떻게 하시는지 두고 보자고 말이다. 내가 3주 후에 돌아올 거라고. 분명 곧 돌아올 것이니까. 그리고 보여줄 것이니까. 진정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며 우리 하나 하나의 삶을 지키시며 인도하심을 말이다.
그 곳 말레이시아의 크리스천들은 항상 두려움 속에 지냈다. 하루에 다섯 번 있는 모슬렘들의 기도시간에 그들도 앉아 하나님께 기도 드리려면 옆에 앉은 모슬렘들이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이란 이유로 언제 어떤 일을 당할 지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이번 일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증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확신이 내게 있었다. 눈물 속에 떨던 내가 다시금 주님께 찬송을 올리며 믿음 속에 서서 증거 하는 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그런 나의 믿음에 정확히 응답하셨다. 말레이시아 관리들에게 돈을 준다던가 이름을 바꾼다든가 하는 그 어떤 방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기도했다. 그런데 비자가 해결된 것이다. 비서실장급 사람도 해결할 수 없다던 비자가 발급되어 진 것이다. 한국에 간 지 정확히 3주 만에 말이다. 그것도 나를 위한 서울신대의 철야기도모임이 한국에서 있던 날, 내가 가서 말레이시아에서의 선교사역을 증거 하기로 되어 있는 바로 그 날, 그 모임에 가기 직전에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민국에 갔는데 탄원서가 받아들여져서 비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내가 주연사로 연단에 섰을 때는 선교사역뿐 아니라 부탁했던 기도제목이 응답 받은 놀라운 기적을 증거 하는 자가 되어 있었다. 주님의 역사를 증거하는 이 기쁨의 시간은 말레이시아로 다시 돌아왔을 때 더욱 절정을 이루었다. 3주 만에 돌아온 것이다.
믿음으로 고백한 그대로 내가 3주 만에 말레이시아로 돌아오자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의 믿음의 수준이 확 달라졌다. 쉽게 말해 모슬렘 보다 예수님이 한 수 위구나. 그 어떤 모슬렘의 방해도 예수님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구나. 그들은 강하고 담대해졌다. 바로 그것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믿음으로 기도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인간적인 방법을 찾았다면 돌아온 후에도 사람들에게 주님의 능력을 증거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로써 하나님께서는 그 어떤 미약한 자의 기도도 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여럿이 합심해서 기도할 때 그 기도가 갖는 능력을 말레이시아 현지 교인들에게 증거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들이 떠난 후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의 생신을 함께 해 드리고 3주간 그분들 곁에서 위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아마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떠나지 않았다면 난 말레이시아 현지인의 청년부 성경공부 지도 등 여러 사역으로 인해 한국으로 가는 것 자체도, 아니 갔다 할지라도 며칠 밖에 곁에 있어 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더 큰 뜻이 있으셨다. 난 그전부터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었다. 10년 넘게 외국생활을 하다보니 내 나라 사람들도 내 나라 말로 드리는 예배도 한 없이 그리웠다. 하지만 남편이 외국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한국에 직책이 주어지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는데 내가 강제추방이 되는 바람에 한국으로의 발령을 바라는 남편의 뜻을 이사회 측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남편의 의견이 통과된 바로 그 다음날에 내 비자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이다.
바울과 실라가 감옥에 갇혔을 때 주님의 뜻을 몰랐지만 분명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심을 믿었기에 찬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감옥 문이 열리고 감옥을 지키던 간수 가족을 구원했듯이 갑자기 닥친 시련 속에서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심을 믿고 찬송할 때 참된 영광이 오게 됨을 깨닫게 하셨다. 십자가 없이 영광도 없다는 것을나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간 나는 98년 6월 12일까지 계획한 대로 3권의 성경공부 교재 번역을 모두 마쳤다.
85년 홍콩에서 시작된 10여 년의 선교 현장의 삶을 일단락하고 조국으로 오는 비행기에는 여전히 우리 가족이 함께 올라타고 있었다. 우리 삶 하나 하나를 소중히 가꾸시는 주님의 손길을 찬양하면서 말이다.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치 못하심이 없느니라.”(눅 1:37)
현재 한국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30만명이 넘게 와 있다. 그들은 먹을 것이 필요하여 한국에 왔지만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만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4:4) 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그들의 심령 속에 하나님 말씀이 들어가지 않으면 우리가 섬기는 모든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에베소시 관광지 중에 ‘입곱 명이 잠든 동굴’(THE CAVE OF THE SEVEN SLEEPERS)이라는 곳이 있다.
A.D. 250년 경 로마제국 시대에 기독교인에 대한 극심한 핍박을 피하여 7명의 젊은이들이 피온산에 있는 동굴로 숨어 들었고 그 안에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잠에서 깨어난 후 배가 너무 고파 빵을 구하러 산을 내려가 보니 기독교를 핍박하던 로마제국이 국교가 기독교로 바뀌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200년 간을 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200년 사이에 이토록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이 나이 들어 죽게 되자 이들이 잠들었던 동굴에 묻어주고 그 곳을 ‘THE CAVE OF THE SEVEN SLEEPERS’라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십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도로가 많아지고 교통량이 늘어나고 더 많은 빌딩이 생긴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보내신 그 사실이다.
처음 홍콩에서 돌아온 87년에서 90년 초까지 3년 가까이 한국에서 지낼 때였다. 당시 내가 속해 있던 창성 안디옥선교회에서 외국인 목회자의 현장목회 훈련을 실시했다. 선교는 사실상 그 나라 현지인에 의해 이루어져야 가장 효과적이며 파송선교사들은 한정된 시간만 머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현지인을 훈련시켜서 다시 자국으로 파송하는 현장목회 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또한 현지인들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여러 생활상의 갈등과 문제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는 현장목회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교회의 장점을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게 함과 동시에 현지인 목회자를 아시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켜 본국으로 파송 하기도 했다. 하지만 1기생 2명, 2기생 3명, 3기생 5명씩으로 각각 아프리카, 터키, 불가리아에서 초청하였으나 사실상 그 숫자는 너무나 미약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지금처럼 많은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선교회에서 외국인을 초청하여 숙소를 제공하며 모든 체제비용을 지불하는데 만도 참으로 많은 경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선교위원장을 맡았던 남편은 이렇게 기도했다.
“지금은 소수의 사람만을 초빙하지만 앞으로는 한 기에 100명 이상 초빙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하나님께서 직접 셀 수 없이 많은 외국인들을 이 땅에 보내셨다. 특히 복음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나라의 사람들을 무수히 이 땅으로 보내신 것이다. 비행기 표를 마련해 줄 필요도, 엄청난 체재비용을 송금할 필요도 없었다. 지하철 역에서도 공장 앞 골목길에도 선교의 땅이 펼쳐져 있었다. 88년 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려지게 하신 하나님. 그 여파로 92년부터 밀려든 외국인들이 98년 통계에만도 170개국 826만명이 드나들게 되었다. 공단에 가니 내가 사랑하던 필리핀 자매들도 있었고 인도네시아 형제들도 근로자로 와 있었다.
수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공단에 있었지만 필리핀 사람들과는 달리 이들은 영어로는 의사소통이 안 되었다. 하지만 말레이어는 인도네시아어와 같기 때문에 난 말레이어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가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떠나오면 생전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단지 말레이시아에서의 선교를 위해서 그리고 말레이어 성경공부 교재 번역을 위해서만 말레이어를 배우게 하신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모든 시간들은 바로 내 조국 한국에서 펼쳐질 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위한 준비였던 것이다. 할렐루야!
“Apa Khabar? (안녕하세요?)”
처음 공장에서 그들을 만난 나는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어 만면에 웃음을 띄고 인사를 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그들의 언어를 듣는 인도네시아 형제들 역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Khabar baik(좋아요)”
그렇게 한국에서의 새로운 사역이 시작되었다. 외국인 근로자 선교. 일산 식사동에 있는 삼위교회에서 우리 홀리네이션스 선교회는 이 땅에서 선교의 현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하나님께서 친히 모든 것을 행하셨다.
쉼터를 마련해 놓으신 하나님
예배는 삼위교회에서 드리는데 외국인들을 위한 쉼터를 어디에 마련할 것인가가 기도제목이었다. 86년도에 첫 번째 선교사역을 홍콩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필리핀 자매들을 섬기면서,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섬기면서,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선교하면서 그들을 위한 공간을 늘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 꿈이었다. 어떤 분은 노동자에게 왜 그렇게 좋은 시설이 필요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는 분도 있지만 나는 그들이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마치 짐승과 같은 대접을 받고 살기 때문에 교회에 와서만은 하나님의 자녀다운 사랑 받는 자녀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 쉼터를 바로 교회 앞에 예비해 놓으셨다. 아파트에서는 외국인의 쉼터를 주민들의 반발로 얻을 수가 없었고 일반 주택에서도 한국인 가정이 있는 곳은 얻을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먼 곳도 불편하여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의 생각하는 것이나 구하는 것보다 넘치게 예비하고 계셨다.
삼위교회 바로 앞에 3층을 권진동 장로님께서 보여 주셨다. 30평이 넘는 실평수에 방 4개가 있고 2층까지는 상가건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옥상을 이용하면 좋은 휴식공간이 될 수가 있었다. 구조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리는 도배를 하고 옥상에 많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몇 번에 걸쳐 깨끗하게 치웠다. 그리고 그곳에 텐트를 치고 의자를 갖다 놓은 후 당구대까지 갔다 놓았다. 그야말로 외국인들의 쉼터가 마련되었다.
‘쉼터를 마련해 주신 하나님을 찬미합니다.’ 쉼터가 마련되자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난 후 모두 식사를 그 곳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형제 자매들이 병원에서 퇴원하여 완쾌할 때까지 요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이곳에 들어오는 외국인 형제 자매들은 그들이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무료로 지낼 수가 있다.
어둠 속에 불빛
매일 12시부터 2시는 공장 별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양육을 한다. 그 중에 뛰어난 믿음의 자질이 보이는 형제들은 새벽 6시부터 한 시간씩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으로 주님의 제자로 키워나간다. 기르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이시기에 물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 뿐이니라”(고전 3:7)
한번도 교회에 가본 적이 없고 예수님은 그저 성인이나 아니면 선지자로 알고 있던 외국인을 교회로 인도하고 주님이 누구인지를 소개하면서 그 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형제들을 뽑아서 일대일 양육을 시작하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