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에게서 받는 질문이 “왜 복음을 전하느냐?” 는 것이다. “나는 예수님을 믿기에 너무 행복하고 이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기 때문에 전도를 하지요” 라고 대답하면,
“정말 행복 하세요? 그렇게 전적으로 사역을 하다 보면 집안에 문제가 없어요?”라고 다음 질문을 한다. 왜 하나님 뜻을 따라 사는 것이 집안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참 이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치 하나님은 심술궂으셔서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방해놓는 방해꾼인 것 같이 생각하는 사고가 얼마나 하나님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많은 사역을 한 조지 뮬러도 그의 아내와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부부로 저녁 식사 후에는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곤 하였다고 한다. 스텐리 템도 아름다운 부부로 일생을 살았으면서 주님이 계시기 때문에 첫사랑의 기쁨이 그의 아내와 계속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백화점을 처음 시작한 존 워너메이커는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곳에 YMCA 건물을 세워 주었다. 초등학교 2 학년이 그의 학력이 전부이지만 하나님의 지혜로 체신부 장관까지 역임하면서 주일학교를 섬기면서 4000 명이 넘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였다. 그도 역시 아내와 서로 사랑하여 아름다운 부부관계를 보여 주었다.
복음을 진실로 알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은 정말 행복하다. 이 행복은 전해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한 사람의 속에서 강력하게 역사를 한다.
우리 집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선교를 동역한다. 나의 남편은 엿새 동안은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주일에는 같이 홀리네이션스 선교회에서 동역자가 된다. 그리고 86 년부터 시작한 이 선교사역에 가장 확실한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처음 선교를 시작할 때 어린 나이였던 아들과 딸은 이제 직장인이 되어 수입에 일정액을 반드시 선교헌금으로 사용한다. 이제는 아들이 결혼하여 며느리까지 선교헌금으로 동참 한다. 나의 동생도 후원을 하며 팔십이 넘은 우리 친정 어머니는 외국인들의 이불과 요, 베개를 만들어서 한몫을 한다. 우리 가족에게는 이 모든 일이 당연한 일이기에 특별한 무엇을 하는 개념이 없다. 받은바 은혜를 조금 드리는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25 개국 외국인들과 한 가족이 되어 대 가족을 이루고 주님 안에서 사랑의 공동체가 이루어 진다.
세상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기 전에 먼저 가족 구원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가족 구원(1)
장로가 된 나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상태였기에 시집 식구 아무도 예수님을 몰랐다. 물론 남편은 세례를 받고 결혼을 하였지만 그외 가족은 아무도 예수님을 믿지 않고 있었다. 시아버님은 삼대독자셨고 시 할아버님은 이대 독자셨다.
결혼을 하고 충청도 홍성에 위치한 본가를 방문하였다. 나는 서울에서 자랐고 친척이 모두 서울에 있기에 수학여행 외에 시골을 방문 하기는 처음이었다. 삼대독자이신 아드님을 통하여 칠 남매로 번성하자 자손을 서울로 보내서 공부를 하도록 하시고 두 분만 큰 집에서 덩그러니 살고 계셨다. 내가 처음 시골집을 방문 하였을 때 인상은 마치 드라마 에서 나오는 대들 높은 집과 같은 인상이었다. 크고 넓은 집으로 백 년 동안 몇 대에 걸쳐 살아온 집이었다. 전에는 수 많은 식구들과 머슴이 살았을 법한 비어 있는 위 아래채에 두 분만 계시는 모습은 너무 쓸쓸해 보였다.
동네 사람들은 서울로 공부 시키면 자손들 얼굴을 보기도 힘들다고 이 구 동성으로 할아버지의 방침을 한마디씩 반대하였는데 할아버지는 자손들을 위하여 노년을 외로운 길을 택하셨다. 동네 사람들이 예견한대로 일단 서울로 이사간 손자들은 모두 각자 생활이 바빠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지 않아 두 분은 늘 그리운 마음속에 살아가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키가 훤칠하게 크시고 깨끗한 외모를 가지셨고 할머니는 적으마 하시지만 예쁘장하셨다. 조용하던 집에 갓 결혼한 손자 부부가 가니 두 분은 너무나 좋아하셨다.
“우리 휴가 때 마다 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 오기로 해요” 나는 남편에게 그렇게 제안을 했다. 당시에는 휴가가 일년에 사 일이 고작이라 삼박 사 일은 일년에 한번 돌아오는 귀한 휴가기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다른 곳으로 가는 휴가대신 두 분을 찾아 뵈었다. 요즈음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겨 차로 바로 달려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당시에는 차도 없을뿐더러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갈아타고 울퉁 거리는 길을 한참 타고 들어가야만 갈수가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두 분이 힘이 미치지 못하여 빨지 못하는 밍크 담요 같은 빨래를 발로 밞아서 같이 빨고 집안 대청소등을 하였다. 두 분만 식사를 하시다가 며칠 이라도 우리와 같이 식사를 하시면 얼마나 좋아하셨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는 시골 에서 군불을 때고 밥을 하는 것이 서툴러서 노상 태워먹기 일수였고 상을 받쳐들고 대들 높은 마루에 올리려면 가끔 상을 노 쳐서 음식을 쏟기도 하였다. 그래도 적막이 흐르던 집은 새 손주 며느리의 실수가 더 웃음꽃을 피우게 하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툇마루에 앉으셔서 우리가 언제 오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렇게 오 년이 지난 여름에 홍성에 가자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반가워 하면서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해 줬다.
“할아버지가 우리한테 말하기를 예수가 좋긴 좋은가 보오. 글쎄 다른 손자들은 잘 안 오는데 예수 믿는 손자내외는 꼭 오니까.” 나는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날 밤 나는 할아버지께 한 가지 요청을 하였다.
“할아버님, 저희 부부는 매일 집에서 잠들 기전 가정 예배를 드리는데 여기서도 드려도 되요?”
“그럼, 되고 말고.” 할아버지는 이미 예수님께 마음이 많이 열려 있으시기에 흔쾌히 대답을 했다. 우리 부부는 예배를 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옆에서 듣고 계셨다. 나는 두 분께 그날 복음을 전했다. 전에는 할아버지가 대대로 불교를 믿으시고 당신도 당신의 아드님도 절에서 빌어서 나은 독자라고 말씀하셨다. 처음 결혼하기 전에 나를 보고는 참 좋은데 종교가 다른 것이 마음에 걸리신다고 하셨던 할아버지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그날 주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우리가 떠난 후에도 늘 극동방송을 들으셨다고 전해 주셨다. 근처 시골교회에 드릴 것이 없다고 마당에 국화꽃을 파서 교회에 심으라고 주시고 천원을 헌금을 하셨다고 시골교회 전도사님이 전해 줬다.
그 해 겨울, 할아버지는 천국으로 가셨다. 겨울인데도 할아버지 장례식 때는 봄과 같이 따뜻했다. 장례식 동안 동네 모든 사람들이 마당에서 식사를 매끼 같이 하는 풍습대로 모두 마당에서 식사를 하는데도 봄날 같은 기온에 전혀 추위를 못 느꼈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이 내 꿈속에 나타나신 분은 할아버지 한 분이신데 할아버지는 정말 환한 모습을 활짝 웃으시면서 나를 쳐다 보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천국에 가신 것을 확인시켜 주시는 꿈으로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 방에도 조금도 무서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늘 건강하시다가 돌아가시는 날 밤, 저녁 식사를 하시고는 속이 좀 좋지 않다고 하셔서 할머니가 옆집에 가서 말하는 동안 주무시듯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쉽게 주님을 영접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할아버지께서 떠나시고 십 년이 더 걸려서 예수님을 믿게 되셨다.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자 혼자 시골서 사실수가 없게 되어 할머니는 시부모님과 합쳐서 서울서 사시게 됐다. 할머니는 나를 아주 좋아하셨지만 예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가실 수 있다고 말씀 드리면 웃으시면서, “천국을 봤다니?” 하시면서 듣지를 않으셨다.
할머니는 아랫방에 혼자 기거하면서 대문소리가 나면 문틈으로 누가 오나 내다보시곤 하셨다. 그러다가 내가 가면 얼른 방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른 손톱과 발톱을 내 앞으로 내 미신다. 눈이 어두워 혼자 깎을 수가 없기에 내가 할머니께 편하게 느껴지시는지 늘 그러셨다. 그러면서도 예수님 이야기만 나오면 헛 웃음으로 넘기시며 받아들이지를 않으셨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구원하실 백성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는 것을 인생전반에 체험하곤 했다.
시어머님 칠순을 맞이하여 자녀들이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하였다. 여행을 떠나셔야 되는데 할머니를 어디에 부탁하느냐는 문제가 제기 되었다. 할머니는 연로하여서 혼자 계실 수가 없고 누군가가 모셔야 되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다섯이고 딸이 둘 모두 칠 남매를 두신 시어머님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너한테 부탁하는 것이 제일 편할 것 같다”
나는 그때 그 말씀을 시어머님의 부탁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고 주님이 내게 부탁하신 것으로 들렸다. “구십이 넘으신 할머니가 언제 가실지 모르는데 구원을 확실히 받고 떠나야 되지 않겠니?” 라고 말이다.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우리 집으로 오셨다. 여행은 며칠 다녀오셨지만 할머니께서는 더 오래 우리 집에 계시게 되었다. 다시 복음을 전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면서 때로는 나를 옛날에 시골에 동네 사람으로 착각을 하시고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하루는 내게 복음을 거꾸로 전하고 계셨다.
“아휴, 박서방 댁 아니 유? 내가 서울에 손자네 집에 있는데 손부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우”. 하시면서 내가 들려준 복음의 이야기를 죽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찬송가를 불러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셔서 나는 옆에서 찬송을 계속 불러 드렸다. 할머니께서 유달리 좋아하시던 찬송은 찬송가 221 장이었다.
1 나 가난 복지 귀한 성에 들어가려고 내 중한 짐을 벗어버렸네
죄 중에 다시 방황할 일 전혀 없으니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2 그 불과 구름 기둥으로 인도하시니 나 가는 길이 형통하겠네
그 요단 강을 내가 지금 건넌 후에는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3 내 주린 영혼 만나로써 먹여 주시니 그 양식 내게 생명 되겠네
이후로 생명양식 주와 함께 먹으며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후렴)
길이 살겠네 나 길이 살겠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길이 살겠네 나 길이 살겠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할머니가 계속 찬송 듣기를 좋아하셔서 내가 옆에서 불러드리다가 힘이 들어서 테이프를 틀어놓으면 “싫어, 네가 부르는 것이 더 좋아”. 하셔서 나는 계속 부를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세례까지 받으시고 93 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할머니가 임종을 하시려고 할 때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가셔서 아무도 못 알아보시는데 내가 들어가서 “나 가난 복지 귀한 성에 들어가려고” 찬송을 부르기 시작하니 의식이 돌아오시면서 좋아하시는 것이었다. 이제 정말 가나안 복지 귀한 성에 들어가시는 길이셨다.
그리고 내 손을 잡으시면서 정말 귀한 축복의 말씀을 주셨다.
“너는 참으로 내게 잘 해 주었어. 내가 죽어서라도 너를 도와 주어서 복되게 살게 해줄게”
할머니의 관 위에 “정욱모 성도”라고 쓰인 빨간 천이 십자가를 그은 밑에 쓰여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 한마디를 붙여 주시기 위해 93 년을 기다리신 것이다.
우리 시 아버님은 삼대독자 외 아드님이시기에 처음 결혼을 하고 보니 일년에 여덟 번씩 제사를 모시고 계셨다. 우리 나라 보통 사람들이 불교신자라고 말하면서 강한 유교사상과 접목이 되어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하루는 어머님의 동생 되시는 시 이모님이 심하게 편찮으셨다. 그래서 병도 병이지만 예수님을 믿게 하기 위하여 전도를 하니 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너는 ‘밥 먹고 그 짓’ 만 하냐?”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데 우리 어머님도 바로 ‘밥 먹고 그 짓만’ 하는 그물에 들어오셔서 나보다 더 신실한 신자가 되셨으니..할렐루야! 얼마나 재미 있는 일인지… 시 이모님은 그때 돌아가셨지만 그 가족이 모두 예수를 믿고 고향에 교회도 지어 주셨다.
시부모님을 며느리가 전도하는 일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으로서는 할 수가 없고 주님이 하실 때에만 가능하다. 나는 두 분을 뵈올 때 마다 주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그 이야기를 십 년쯤 들으신 후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는 우리만 보면 같은 노래를 부르는구나”. 하시는 것이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희망의 노래” 이기에 그 노래는 보통 노래와는 다르게 들리셨을 것이다.
지금은 팔십이 훨씬 넘으셨지만 당시 환갑을 맞이하기 전해 크리스마스 때 하도 계속 부르는 며느리의 노래가 궁금하여 한번 알아보시기 위해 성탄을 맞이하여 예수님에 관한 많은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상영하는 몇 편의 영화를 보시고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되셨다. 그리고 두 분이 새해를 맞이하여 주님을 모시는 새로운 삶을 출발하시기로 다짐을 하셨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시는 두 분께, “신앙 생활을 하시려면 어떤 분들은 성경만 치중하고 어떤 분들은 기도만 치중하는데 양쪽 다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신앙을 가지실 수 있어요” 라고 말씀 드리니 그대로 첫 발을 내 디디시기 시작하셨다.
새해 첫 주부터 가까운 남 서울교회에 두 분이 다니시기 시작하셨는데 처음부터 두 분은 새벽기도를 비롯하여 모든 예배에 참석을 하시기 시작하셨다. 아버님께서는 얼마나 꼼꼼하신지 예배를 드리시면서 일년에 노트 하나씩을 써 나가시는데 아주 명필이신 필체로 몇 날 며칠, 성경본문 내용, 설교자 순으로 적어 놓으셔서 그 노트가 쌓여서 아름다운 신앙의 벽돌집이 되셨다. 해마다 드리는 십일조 봉투를 모아 놓으시고 어디에 가셨다가도 꼭 주말 전에 오셔서 예배를 참석하시는 것을 참으로 기쁨으로 여기셨다. 성경암송대회를 교회에서 하면 그 연세에 출전을 하여 상을 타시고는 당시 외국에서 살고 있는 내게 치약이니 비누 같은 선물을 부쳐주셨다. 그 이유는 내가 복음을 전해 주어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으니 그 선물을 내게 주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다가 많은 형제 중에서 내게만 주신 선물은 너무나 많아서 다른 형제에게 미안할 정도이다. 복음전파자가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 이 즐거움을 알면 모두 복음을 전할 터인데 말이다.
아버님은 늦게 예수를 믿기 시작하셨으면서도 명필로 교회 앞에 금주의 설교 같은 것을 붓글씨로 써서 봉사를 하셨다. 게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써서 우리에게 선물을 주시고 시부모님 댁에는 사방 하나님의 말씀으로 벽이 장식되어 있다.
어머님은 처음 오십대 초반에 뵈어 지금은 87 세가 되어 연세가 많이 드셨는데 허리도 전혀 구부정하지 않으시고 정정하시다. 처음에 뵈었을 때는 병을 자주 앓으시고 입원을 자주 하셨다. 그러시던 어머님은 예수를 믿고 나시고 믿음이 좋아지시면서 입만 여시면 감사가 쏟아져 나오시면서 아프지 않으시고 점점 세월이 꺼꾸로 가듯이 예뻐지시고 건강해 지셨다. 두 분은 지금 예수님 때문에 잉꼬 부부가 사시듯 즐겁게 사신다.. 노인정에서 어머님 별명이 “예쁜이” 라고 하신다. 어머님이 나타나면 다른 할머니들이 “예쁜이 온다”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신다. 주님으로 인하여 나는 고부간에 갈등이 무엇인지를 느끼지 않고 살아왔다. 이제는 며느리 이면서 동시에 시어머니로 신분이 바뀌었다.
나의 친정 고모가 74 세에 세례를 받던 날, 참으로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고모가 예수를 믿게 되었으니 이제 전도를 못할 대상이 없는 것 같다. 친정 쪽으로 단 하나밖에 없는 고모는 보통 불교신자도 아니시고 불교회 신자 회장님을 지내신 분이시다.
고모는 예수님을 안 믿을뿐더러 예수 믿는 사람들을 참으로 싫어했다. 주위에 예수 믿는 사람들이 참으로 못마땅하게 보이셨다. 물론 믿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모부는 결혼하시기 전에 세례도 받으셨고 신앙이 있으셨지만 결혼 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교회를 안 나가셨다. 그런 고모부가 내가 어릴 때 어른들과 하는 대화 속에서 하는 말을 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났다.
“내가 한잔 하고 교회 옆을 지나가는데 마침 교회에서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찬송이 흘러 나오기에 나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들었어” 그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는데도 그 말을 들으면서 고모부가 설사 지금 교회를 안나 가셔도 그리움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는 외국에서 십여 년을 살고 한국에 돌아와서 고모와 고모부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날 오빠 장지에서 오랜만에 두 분을 뵈었고 같이 묘지 앞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오랜만에 만난 고모부에게 “하늘 가는 밝은 길이”를 같이 찬송 부르자고 하였더니 마침 오빠 장례식을 마친지 며칠이 되지 않아 더 깊은 의미의 찬송을 부르게 되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거기에서 멈추지를 않고 98 년에 귀국하면서 바로 고모가 사시는 아파트 옆에 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나는 그때 내가 고모에게 한번 더 상처를 주는 예수쟁이가 될 수 있기도 하고 한편 마지막으로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
고모가 나타나시면 어느 장소든지 설사 외국에서도 모두 한번은 쳐다보게 될 정도로 일류 멋쟁이시다. 고모는 모자에서 신발까지, 또 귀걸이에 반지까지 언제나 같은 색깔로 차려 입으신다. 머리는 보라색으로 특수 염색을 하셨고 크리스천 디오르 안경을 끼신 채 구두까지 한 세트로 입으신 특별한 모습은 외국에 호텔에도 팁을 더 받을 수 있는 소망에 벨보이도 먼저 마중을 나올 정도이다. 고모가 연세가 젊었던 이십 대에 아직 아무도 귀걸이가 유행하지 않던 시절에도 앞장서서 귀걸이를 하셨던 멋장이 학교 선생님이시기에 결코 복음을 호락 호락 받아 들이지를 않았다. 더군다나 옆동에 사시니까 우리의 삶은 서로 노출이 되어 있었다. 이것처럼 겁나는 일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감사하게도 성령의 역사로 우리의 삶을 예쁘게 보시기 시작하셨다.
첫 단계는 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 장소에서 기도부터 시작을 하였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 장소이던 “기도 해라” 하시는 것이었다. 기도로 두 분이 꼭 예수 믿고 구원을 얻게 해 달라고 하면 들으시고 아무 말도 없이 “아멘”을 같이 하시곤 하였다. 여리고 성을 말없이 도는 심정으로 함께 살아온 지 오 년이 지난 후 정월 첫 주부터 두 분이 나란 이 교회에 나오시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얼마나 철저하신지 다른 분들은 절에 다니시다가 그냥 놔둔 채 교회에 나오시는데 절에 가셔서 교적 을 지우고 오셨다는 것이다. 감동 그 자체였다.
“내 옆에 앉아서 눈을 감고 기도하시고 같이 찬송을 부르는 분이 우리 고모 맞아?”
나는 너무나 기쁘고 한편 놀라와서 수시로 내 마음속으로 물어보곤 하였다. 그렇게 일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 추수감사절에 세례를 받으셨는데 받기 전에 김영덕 목사님께서 문답을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외에 구원의 길이 없다는 것을 믿습니까?”
“처음 교회 문을 넘었을 때 그것은 알고 왔습니다.” 더 이상 무슨 질문이 필요한가?
이럴 때 속에서 나오는 기쁨은 “우리 서로 받은 이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모든 영광 주님께!
(2) 사랑으로 승부를 건다
주위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보니 하나님께서는 점점 내게 힘든 대상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맡기셨다. 특히 선교회는 가장 힘든 모슬렘이 주종을 이룬다.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를 건다’라는 간판을 보게 되는데 복음전파는 ‘사랑으로 승부를 건다’.
쉼터에 지금 머무는 외국인 중에 남자 숙소에서는 몇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모슬렘들이다. 그것도 극 이슬람 나라에서 온 형제들이 장기 체류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감사한지요” 라고 주님께 속삭였다. 일단 쉼터에서 머물면 모든 것이 무료이지만 성경 읽기 주일 예배를 꼭 참석해야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으로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에 감사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베리크 형제는 녹내장 수술이 영등포 김안과에서 잘 끝나서 이제 다시 목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왔다. 통증이 심하여 한달 반 정도 우리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작업장이 목포에 있기에 그곳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처음 목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베리크 형제는 갑자기 녹내장이 걸려서 올가전도사님을 통하여 우리 선교회로 왔다. 그를 치료해 주고 우리 교회에 나오지 못한다고 하여도 우리가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모슬렘형제에게 섬김을 통하여 보여줄 수 있으니 얼마나 그 기회가 감사한가!
그런 식으로 참으로 많은 모슬렘 형제들이 우리 선교회를 찾아왔다. 다리가 작업장에서 부러졌던 아하멭, 다리를 두번 수술 받고 위에 구멍이 나서 수술 받은 라나,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던 샤이플, 계단 에서 다리를 다치고 손 가락 끝이 절단 되었던 알리, 담석환자 문과 샨, 디스크 환자 알리, 건선환자 알리(무슬림들은 모하멭 또는 무스타파, 마므드, 알리라는 이름이 아주 많다), 온 몸에서 고름이 나왔던 희귀병의 알렉산더, 암환자 모잠, 그리고 온 몸에 3 도 화상을 입은 마므드 등등
일자리와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서 줄을 이어 찾아오는 모슬렘 형제들. 주님은 이들 모두를 가슴에 안으시기를 원하신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고 사랑으로 섬기고 사랑으로 얼어붙은 가슴을 녹여서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대상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쉼터는 그렇게 많은 모슬렘들이 붐비게 되었다. 우리는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가 더 사랑하고 이해하며 감싸주게 되어서 그리스도안에서 한 지체가 되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크리스천이 운영하는 쉼터가 그들에게 어색한 장소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집이 되었다.
물론 그들의 개종이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극진한 사랑으로 섬김을 받고 귀국하였을 때 그곳에서 생명을 내걸고 복음을 전하는 교회에 불을 지른다든지 선교사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김선일씨 같은 인질이 잡혔을 때 크리스천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모슬렘은 최소한 참수를 하지는 않지 않겠는가?
베리크가 떠나면서 안겨준 하얀 장미다발을 보면서 마침 김선일씨의 운구가 도착하는 날이기에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다른 모든 것을 마귀도 흉내를 낼 수 있으나 한가지 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주님 만이 보여주셨던 승리의 방법! 사랑만이 모슬렘들을 주께 돌아 올 수 있게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믿지 않는 모든 전도대상자에게도 사랑만이 승리의 관권이다.
(3)소주 알리가 알리 히로가 된 이야기
한 젊은 알코올중독자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마치 사도 바울에게 다메섹 도상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같이 말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바울이 되기 전에 사울은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도덕적이고 양심적이었지만 알리는 정상적인 나이에 걸맞은 삶을 살지 못하고 있던 차이점이다.
하루에 네병의 소주와 두갑의 흡연, 그리고 15 잔 이상의 커피가 식사였던 이슬람 나라에서 온 청년은 복음의 능력으로 이 모든 것을 끊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기적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서 죄악 된 생활을 할 때는 결코 채워질 수 업는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영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본능적인 목소리가 영혼의 굶주림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만족의 대상을 찾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치유자의 손에 그는 치유를 받게 되었다. 그가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사탄의 조종에 일어나는 이런 모든 일들을 행하게 되는 사람은 거짓말도 진짜처럼 하는 것이 버릇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술, 담배, 과다하게 마시는 커피에다가 거짓말을 잘하던 입술은 기도하는 입술로 바뀌었다. 그의 입술에는 파수꾼이 세워졌다. 한번에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회심은 그를 구별시키고 거룩하게 살고자 하는 새로운 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알리는 참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은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예수님을 만난 후라고 고백한다. 다음 글은 주님을 만난 알리의 고백이다.
제 이름은 알리 입니다. 이란에서 2002 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2003 년 11 월 17 일에 김상숙 권사님을 만나서 일년 후 2004 년 11 월 추수감사절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저는 16 년 동안 심한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처음 16 살 때 술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이슬람 나라에서 술을 마시게 된 동기는 저의 옆집에 아주 부잣집이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술과 마약중독자였고 어머니는 놀음과 술로 자주 집을 비우는 가족이었지요. 그 집에는 저와 동갑이었던 딸과 오빠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자주 집을 비우게 되어 아이들만 주로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형제가 없고 외아들이라 심심할뿐더러 외로웠습니다.
하루는 그 자매가 자기집에 놀러 오라고 하였는데 저희 어머니는 별 의심이 없이 보내주었습니다. 그 자매는 술병을 보여주며,
“한잔 마셔볼래? 밤에 잠이 잘 올 때, 아니면 우울하던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 하는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춘기이고 술을 한국처럼 걸어서 10 분 거리에 아무데서나 살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에 저는 술을 마셔보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술은 점점 농도가 심해지면서 저의 삶을 파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부모님은 술을 마시는지 잘 몰랐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 이미 알코올 중독이 되어 술을 많이 마시게 되어 집안에서 술병이 여기 저기 발견된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중단하기에는 너무나 늦은 상태였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가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이었기에 고등학교 때 차를 사주셨습니다. 이슬람나라에서 라마단 금식기간중에는 모두 금식을 하는데 저는 술을 마시고 수시로 음주운전을 하여 경찰에 잡혔습니다.
한국에서도 음주운전은 여러 가지 벌칙이 있지만 이란에서 특히 금식기간 중에 술이 취해 운전하는 것은 범죄였습니다. 그때마다 저희 부모님은 돈을 주고 저를 빼내어 주곤 하셨지요. 야밤에도 술이 취한 상태로 차를 몰고 나가는 저를 말리지도 못하시던 어머니는 제가 귀가할 때까지 대문 앞에서 잠 못 이루고 기다리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극 모슬렘이었던 저희 어머니가 기도하는 옆에서 저는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곤 하였습니다.
알코올중독으로 다른 사람들은 4 년만에 졸업하는 대학교를 저는 6 년만에 졸업을 하였고 2 년에 끝나는 군복무 기간도 3 년이나 걸렸습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군대도 제대를 하였지만 알코올중독으로 저는 정상적인 삶을 살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술을 마시고 나서는 울었습니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또 그렇게 계속 가다 보면 결국 죽음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하여 한국 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한국에서의 생활은 오직 힘든 공장 생활뿐이었습니다. 이곳의 생활은 이란보다도 더 쉽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술 문화의 천국이었습니다. 손쉽게 살수 있는 소주. 물값보다 더 싼 술값.
한국에 오기 전에는 위스키나 맥주를 주로 마셨는데 한국에 와서는 소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소주는 더 심하게 중독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마약과 같이 중독이 되어 점점 그 양이 늘어가면서 드디어 하루에 4 병의 소주가 하루에 식사로 바뀌었습니다. 공장에서 아침에 2 병의 소주를 마시고 일을 시작하면 종일 취한 상태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또 2 병의 소주를 마셨습니다. 저에게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늘 술을 마시는 저를 이란 사람들은 싫어했고 저도 그들과는 맞지가 않기에 더욱더 술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면서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3 면 11 월 15 일에 공장에서 나가라고 하여 삼 일을 굶고 17 일에 늘 자주 가는 작은 호수공원에서 너무나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며 밴취에 앉아 있었습니다. 큰 호수공원에는 사람이 많지만 옆에 있는 작은 공원은 인적이 없어서 혼자 자주 가곤 했습니다. 저희 공장이 바로 옆이었으니까요.
낙 옆이 거의 다 떨어지고 날씨도 쌀쌀한 그날 오후에 청소부외에는 산책 나온 사람이 없는 조용한 그곳에서 자신을 생각하니 가슴만 아파왔습니다. 그때 한 여자분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분은 제게 미소를 띠면서 말을 건네왔습니다. 그분은 바로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하는 김상숙 권사님 이었습니다.
“즈드라스트부이체” 저를 러시아 사람인줄 알고 러시아말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가 못 알아 듣자 “어느 나라 사람이예요?” 라고 물어서 저는 이란사람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왜 여기 혼자 있어요?”
“일도 없어요. 돈도 없어요. 갈 곳도 없어요. 그래서 마음이 아파요”
“친구도 없어요?”
` “네. 없어요. 나는 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그러면 제가 잠시 운동을 하고 다시 올 때가지 기다리고 있다가 저를 따라 오세요.”
저는 얼른 밴취에서 올라와서 돌 의자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권사님이 호수를 돌고 오는 것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권사님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니까 바로 권사님이 사는 아파트가 나오고 그곳에서 요기를 한 후 안내를 받아 외국인 쉼터로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