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나  다카시 - 클래식 음악계의 마지막 거장

                                                                       글  다케다 세이지｜월간 ‘객석’ 오사카 통신원

이 기사는 지난 2001년 1월 17일 월간 객석의 오사카 통신원 다케다 세이지가 다카시 아사히나의 기자회견장을 다녀온 후 작성한 것입니다. 그에 의하면 1월 17일의 회견 내용은 MD로 녹음했지만 매우 알아듣기가 힘들게 더듬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다케다 왈 "그런데 일주일 후에 열린 차이코프스키 콘서트(비창)에서는 힘차게 지휘를 하셨습니다. ‘철인(鐵人)’라는 말은 바로 선생님을 위해 있는 말이다! 그게 저의 솔직한 느낌이었어요.")

"17일의 기자 회견은 2001년도의 오사카 필의 사업 계획 설명을 목적으로 한 기자 회견이었고 우리의 관심사인 아사히나 선생님의 말씀은 불과 10분 정도였고 솔직히 집지 기사로 쓸 만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사히나선생님의 고령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날은 선생님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었고 다른 기자들도 질문을 삼갔습니다."  (다케다 세이지)

그래서 다케다 세이지는 다카시 아사히나의 일생을 정리해 보내왔습니다. 당시에 '객석'에 실린 부분은 이 글에서 대단히 많은 부분을 축약한 것입니다.

아사히나 다카시는 1908년에 태어났다. 이미 세상을 떠난 카라얀과는 동갑이며 현재 세계 최고령의 지휘자이다. 만93세를 맞이하는 올해도 20회를 넘는 연주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1947년에 오사카 필하모니가 창립된 이후 실로 반세기에 걸쳐 상임 지휘자의 지위에 있다. 두각을 나타내는 것보다 탈락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 음악계에 있어서 90세를 넘는 지금도 현역이다. 90세를 넘어서도 현역으로 활동한 지휘자로서는 과거에 스토코프스키의 사례가 있지만 동양인으로는 아사히나가 처음이 아닌가? 

아사히나의 활약은 일본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1953년에 베를린 필하모니의 지휘대에 선 이후,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 시카고 교향악단 등, 60 개 이상의 해외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고 1970년에는 서울에서도 베토벤 교향곡 제4번을 지휘하였다. 또한, 1958년에는 이탈리아에서 글렌 굴드와 무대에 올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였다. 

일본에서는 현재 7번째의 베토벤 전집이 시판중이며 그 외에도 거의 매월 과거의 라이브 녹음이 새로운 음반으로 나온다.

4년 6개월에 세월을 걸어서 완성시킨 니벨룽의 반지(16CD)에서는 바그너의 지시에 따라 7대의 하프(악보의 지시에 따라 1대는 무대 뒤에 설치)를 무대에 한 줄로 세워서 한 소절의 생략도 없이 말단 현악기까지 완벽하게 바그너의 지정대로 연주하였고 본국 독일에도 볼 수 없는 유일 무이한 반지가 되었다.

또한 1972년에는 말러의 교향곡 제8번 ‘천인 교향곡’을 녹음했다. 실제로 연주자는 천명을 넘었다. 

아사히나의 예술은 원숙기를 넘어 이제 난숙기(爛熟期)를 맞이했다 

공연이 종료하고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무대를 떠나가도 터질 것 같은 박수는 멈추지 않는다. 이윽고 아사히나가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시 무대에 나타나면 모든 관객들이 객석에서 일어나서 우리들의 마에스트로에 정성 어린 따뜻한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그 곳에는 난숙기를 맞이한 노 지휘자와 음악적인 감동을 함께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음악은 지휘자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연주기술을 갖는 오케스트라 그리고 음악에 대해 깊은 애정과 이해를 가진 청중의 존재. 이들이 삼위일체로 되어야 비로소 음악 문화가 이루어진다. 아사히나의 발걸음은 동시에 일본의 오케스트라의 발걸음이기도 하고 일본의 음악 청중의 발걸음이기도 하다. 

아사히나는 음악대학출신이 아니다. 그리고 60년에 걸치는 경력을 생각하면 의외이지만 직업적인 음악가로서의 출발은 늦었고 철도회사의 샐러리맨을 거쳐서 방송 합창단 지휘자로 처음으로 지휘대에 섰을 때가 만28세의 일이었다. 

최근에 나온 에세이의 발문에 아사히나는 ‘하루라도 오래 살아라! 그리고 한 번이라도 많은 무대에 나와라!’고 하셨던 은사 메테르선생님의 격려를 이정표로 일심 불란하게 살아온 60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아사히나의 수많은 저서나 과거의 인터뷰를 통해 이 불세출의 거인이 걸어온 길을 여러분과 함께 더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