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평안하시지요?

저는 일단 “엘”의 수도에 들어와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길을 걸어가고는 있지만 순간순간 어버지의 예비하심과 인도하심의 손길가운데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기간이여서 더 많은 아버지의 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표면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곳곳에 총을 들고 검문하는 군인들도 있고 매일 밤마다 총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아직은 여러 면에서 완전히 안정된 상황으로 갈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긍정적인 면에서 본다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이나 거리는 파손된 흔적이 없습니다. 그 요란했던 내전의 흔적보다는 곳곳(차량, 건물, 거리등)에 걸려있는 이곳 국기들과 벽에 써져 있는 자유를 갈망하는 외침을 표현한 글과 그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들과 특히 17일(혁명 기념일)을 지나며 시작 된 자유를 이룬 이들의 축제가 계속 연이어진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격전이 심했던 시내 중심 근처에는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들을 통해 절대 권력자의 최후를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살았던 곳은 완전히 부서진 채 그 땅에서는 그의 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수많은 전쟁의 부산물들과 또 도는 많은 것들이 판매 되는 장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나 들어 갈 수도 없었던 곳이었는데.... 곳곳이 파괴되고 불탄 건물들, 수많은 총알들이 남긴 흔적들은 길 주변의 건물들에 내전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시내뿐만 아니라 외곽 국경지대로 나아가 보면 불타 버려진 채 녹슨 탱크의 잔해나 아무렇게나 구겨진 화기들,,,, 그리고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흉하게 널려 있는 것도 볼 수 있지요,

내전은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 갔고 이들에게는 불타고 부서져 버린 건물의 잔해만큼이나 아픈 상처를 마음과 삶 속에 깊숙이 남겼습니다. 내전 중에서와 종결된 후에도 총으로 위협하여 돈과 모바일, 차량을 강탈 하거나 빈 집이나 때로 사람들이 있었어도 들어가 약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이곳에서 25년 이상을 현지인처럼 사시며 사업을 하시던 분도 두 달 전에 차와 모바일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위협과 구타를 당했던 분입니다. 저와 함께 이곳으로 들어 왔던 분도 자신이 살던 집 안의 모든 것을 도난당했고 차도 잃었습니다. 쇠창살을 뜯고 몇 차례를 걸쳐 집안에 있는 비싼 집기들을 비롯해 옷가지와 음식, 책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가져갔습니다. 저도 함께 들어 가 보았지만 많은 것들이 뒤엉켜 널브러져 있고 뜯겨 있는 것을 보며 전쟁의 실상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평온하고 온유 한 것 같지만 아무도 통제 항 수 없는 때엔 그 이면에 숨겨진 탐욕이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이들, 있을 곳과 일자리가 없는 이들, 소중히 아끼던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모두 잃은 이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지요. 또한 속속 드러난 잔인한 행위와 벌어져 있는 상황이 곧 내 속에 숨겨진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아팠지요.

그 와중에서도 현지인들과 회사를 지켜낸 역전의 용사들도 있었습니다. 내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모든 것들을 겪어낸 회사 책임자들과 개인들을 통해 그 당시의 실제적 상황을 생생히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공사를 하던 회사들은 많은 경우에 다른 곳과 동일하게 파괴되고 약탈당한 것이 너무 많아 그 재산 피해액이 어마 어마 한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몇몇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이었습니다, 아직은 모든 환경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러한 중에도 이곳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비즈니스 분야의 평가인 것이지요.

아직 저는 이곳에서 어떻게 가족들이 정착하도록 준비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3개월 비자를 1년으로 연장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데...... 오직 아버지의 은혜의 손길만 덧입기를 의지할 뿐입니다. 알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이 시간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이 시간들에도....저희의 모든 상황을 가장 잘 아시는 아버지만 바라봅니다.

구름 사이로 내리 쬐는 햇볕과 산들 거리는 바람이 곧 생명의 봄을 몰고 오겠지요. 죽은 듯 메말라 있는 나뭇가지에도 곧 생명의 발아가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세밀한 아버지의 손길을 경험하게 되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모두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