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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
| 글쓴이 : 한재성
날짜 : 08-01-27 06:23
조회 : 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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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약하게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눈이 오면 얼어붙은 집 앞 작은 호수가 온통 하얗게 옷을 입는다. 그리고 겨울 낚시꾼 몇몇이 동그랗게 얼음을 깨고 눈 먼 물고기를 기다린다. 먹을 게 없어 보이는 겨울에도 까마귀들은 무얼 찾는지 부지런히 땅을 조아댄다.
휭~ 훵~ 이 소리는 겨울 키예프 도심의 공허한 소리다.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옛 소련의 어머니 도시 키예프는 더 이상 아름답다는 말을 붙이기에는 억지가 필요해 보인다. 무작위로 우호죽순 일어나고 있는 아파트들, 밀려드는 자동차들로 교통체증과 사고의 증가, 미소 없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그 공허한 소리의 무게를 더해 준다.
외국인인 나의 눈에는 별 볼 것 없는 키예프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돈 벌 수 있는 기회의 도시며,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도 서울이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도, 지방 사람들은 계속 키예프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 물고기가 모여들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키예프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내리는 어부들도 역시 다른 도시 보다는 많지만, 물고기들이 쉽게 잡혀 주질 않는다. 게다가 이 물고기들은 인종차별이 좀 심하다. 소위, 유색인을 싫어하는 물고기들이 많다. 심지어는 물고기가 유색인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래서 대사관에서는 안전공지문을 자주 보내온다. 헤드스킨 물고기 조심하세요. 밤거리와 공원에서 노는 물고기 조심하십시오. 이번엔 나치 추종자들의 집회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등.
그러나 주 앞에서는 버릇없는 물고기든, 병든 물고기든, 모두 구원받아야 할 한 영혼 아니겠는가? 비록 물고기를 잡는 곳의 수심이 깊고 험해도 누군가는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 지혜와 믿음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장비를 가지고 최대한 많은 물고기를 잡는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고기를 담아 둘 하드웨어(건물)도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하드웨어를 만들기에는 이 동네가 너무 비싸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하드웨어 없이 물고기를 잡아 양육하고 방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 나는 그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드웨어 없이도 복음은 전해져야 하며, 계속 물고기는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은 물고기는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만난 한 여인처럼, 수가성 자기 고향을 변화시키는 예수의 산 증인이 되도록 양육해야 한다. 복음전도, 제자양육, 재생산. 여기에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가 있기를 간구한다.
‘말씀하시되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마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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