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 자유게시판 > 인생을 낭비한 죄 (펌글)

시간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빈부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처럼 공평한 얼굴이 없지만, 시간의 사용 여하에 따라 만세에 기리는 인물이 되거나 반대로 역사에서 그림자조차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토록 차별적인 얼굴도 없다.

이번에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에게는 그의 자서전인 '내 아버지의 꿈'에 언급될 정도로 고교시절 단짝 친구였던 가쿠가와가 있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한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또 한 사람은 LA에서 노숙인으로 살고 있다. 흑인 혼혈아로 같은 고민을 안고 성장했던 두 사람에게 하나님은 똑같은 시간을 주었지만 한 사람은 세월을 아꼈고, 한 사람은 낭비하였기에 정반대의 인생역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거의 신성모독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게 하라"는 말씀 속에는 일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는 자는 차라리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낫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비춰볼 때 과격해 보이지만 그만큼 당연한 명령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태초의 창조와 잇닿아 있는 시간 속에는 신적인 충만함이 내재되어 있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크게 보면 하나님의 창조를 훼손하는 중죄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주어진 시간을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누구보다도 주어진 시간을 아끼며 이웃과 자신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인생을 의미있게 사는 비결은 매일의 삶을 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형형색색으로 포장된 귀한 선물로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황혼녘에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절감하였던 그의 경험적인 진리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적지 않다. 또 문제의 원인을 세상의 구조악 탓으로 돌리고 삿대질하느라 귀한 시간을 소모적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동일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지만, 시간의 사용에 따라 30년 후에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오바마와 가쿠가와의 사례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붙들어야 후회없는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간혹 예수님의 재림을 대망한다는 이유로 세상의 삶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일하는 것에 진지함과 최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이것이 지나쳐 노동을 아담의 범죄로 인한 저주의 결과로 생각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 예수원의 기도실에는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노동은 기도만큼 거룩한 것이고, 기도는 노동만큼 치열한 것임을 말씀하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천국에서도 그냥 편안하게 쉬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상은 우리의 삶을 통해 날마다 천국의 리허설을 보이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 아침마다 선물처럼 머리맡에 놓여진 시간을 붙잡지 못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잘할 리 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시간을 붙잡으라. 이것이 당신의 묘비에 '인생을 낭비한 자'의 죄목을 남기지 않는 길이다.

사랑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