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리운 엄마께 띄웁니다.

엄마 날씨가 너무 더워요. 여름은 여름일까 봐요.

오늘은 주말 여름비가 모슬모슬 내리네요...

엄마 잘 지내시죠...건강하시구요.

비가 유리창에 내려 방울 방울 촉촉이 맺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니 엄마 생각이 나서 우편으로 보내지 못한 편지를 써 봅니다.

엄마 얼마 전에 보내주신 소포 잘 받았습니다.

매번 여름이면 꼭 제게 전화를 하셔서

“은주야 모기약 저녁에 자기 전에 꼭 꼽아놓아야 해” 엄마는 은주가 몸도 불편하니까

모기 물리면 손으로 끄지 못하고 있을까봐 안쓰러우셔서

그런 말씀을 해주신 엄마의 마음 알아요...

이젠 제가 철이 들었나봐요. 엄마 은주는 엄마가 늘 그립고 만나고 싶어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엄마의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엄마의 얼굴형은 희미하게 떠올라요.

하지만 서로가 만나지 않는게 서로에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서로 만나게 되면 서로가 너무 아파서 힘들잖아요...

엄마랑 나랑 함께 석암요양원 가는 길에

잠시 아저씨의 차를 멈추게 하여

제가 안보는 곳으로 가서 많이 우셨지요......

엄마 그때 엄마의 눈을 보니 눈물이 고여져 있었던 거

같아보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엄마가 마음이 몹시 아프셨다는 느낌이 전해져옵니다.

엄마 항상 마음이 아파요. 왜냐면 제가 몸이 성치 못해

엄마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딸이어서 에요.

엄마 제가 어릴 때 “엄마가 죽기 전에 은주가 먼저 죽어야 할텐데” 하셨을때에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어요.

때론 엄마 곁에 이 못난 딸이 함께 있어 주지 못하여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죄송스러워 가슴이 짠 하기도 합니다......

엄마 은주가 만약에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장애를 입은 딸이 아니라

정상적인 몸을 가진 딸로서 엄마께 제대로 효도하는 자식이 되어드릴게요..

엄마 은주랑 엄지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엄마 저랑 손가락 걸고 복사하고 도장 광 찍을래요......

엄마 엄마가 말을 해주시는 대로 은주 밤에 손 대신 발로

이불을 끌어다 덮고 자구요. 엄마 그리고

엄마 돌봐주신 선생님께서 야근하실 때 방마다 둘러보시고 이불을 덮어주시기도 한답니다.

모기에 안 물리도록 모기약 꼭 꼽아 놓고 자니까 걱정하시지 마시고요.

건강하게 편히 잘 지내셨으면 해요.....엄마 사랑해요...

엄마 오래 오래 사세요...

2009년 6월 20일 못난 딸로부터

추신: 엄마 이 편지 은주가 발로 컴퓨터 자판을 찍어 엄마의 마음속에 띄워보내는 것입니다........엄마 마음으로 읽으시고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