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쉬의 “가시면류관” 그림과의 긴 여행을 했습니다. 그림과 대화하며 생각하며 느끼고 그리고 오늘을 사는 나 자신의 삶을 투영해 보며.... 설레임과 경각심으로 고난당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고난의 의미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복음의 기쁨이 구원의 노래가 되어 이 나그네 길에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나그네 길에서 여러분들도 좋은 길벗이 되길 소망합니다. 언제나 저희의 길에서 동행해 주시는 참으로 좋으신 친구인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가시면류관과 대화하며....

  잠시 만났던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가시면류관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잠간의 시간 속에서 봤던 그림과의 대화는 제대로 한 적도 없는데 싸이월드에서도 보쉬의 가시면류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번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헤매다가 드디어 보쉬와의 반가운 조우를 시작했다. 그의 붓 끝에서 묻어난 다양한 색들의 조합 속으로 들어갔다. 생생하게 풍겨 오는 진한 물감이 채 마르지도 않은 듯한 질퍽한 그림 속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그림과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림 속의 여행의 첫발을 디디며....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이 장면이 어떠한 순간을 표현한 장면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히 예수님이 처한 상황은 소리 없이 진행되는 위협과 조소, 살기등등한 권력과 비웃음 그리고 음흉한 계교를 감추고 자색 옷(홍포)를 입히면서 동시에 엮은 가시관을 예수님의 머리에 얹으려는 보이지 않는 진한 고통의 순간을 표현 한 것인데 그러한 위협적인 장면에는 아랑곳도 없이 예수님의 표정은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표정이고 해맑고 인자한 모습을 담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의 눈은 예수님의 주변 인물로 옮아갔다. 먼저 나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예수님의 곁에 그려진 인물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들이었다. 특히 그들의 눈과 입이 나의 주목을 끌었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 속에서 쏟아내는 강렬한 눈의 언어와 그들의 굳게 다문 입이나 약간 벌려진 입은 모두 예수를 비웃는 언어들을 소리 없이 날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으로 기괴한 얼굴 표정들이다. 이러한 얼굴 표정들은 나의 주위에서도 쉽게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없었던 표정들이어서 이 그림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금방 이들의 표정이 나의 주목을 끌었나보다. 뭔가 모르게 그들의 얼굴 표정에는 전체로 흘러가는 하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단지 그들의 눈에서, 아니면 그들의 입에서 쏟아 내는 무언의 언어들을 해독하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아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그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어떤 보이지 않는 흐름’이 이미 그들을 감싸고 있다. 그 흐름은 철저히 인위적이고 사전에 기획된 흐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이들의 표정에서 이 그림을 여행하는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그 흐름에 대한 나의 느낌은 아마도 이들 네 사람 모두가 그들의 눈을 예수님에게 꽂았기 때문에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무엇인가가 불편하다. 무엇인가가 어색하다. 나의 삶에서 자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들의 모든 것들이 그냥 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만들어 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배우들 같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연기를 연출해 내지 못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에서 표현된 이들은 스스로가 자연스럽다고 우기며 연출하고 있는 장면으로 내게 비춰진다.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그들의 얼굴의 표정에서만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이상스러운 의상과 악세사리들, 그들의 손의 위치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압력과 힘, 그들의 의상과 손에서 표현된 생명이 없는 도구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이상한 어울림의 조합이 어떠한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미 이러한 이상한 어울림의 조합에서는 조화의 미나 조화 있는 일들을 기대할 수가 없다고 느껴진다.

  이 그림의 여행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생소함이 있다. 많은 여행에서에서 만나지 못한 사건의 상황이 있고 낯 선 이방적인 요소가 있다. 어쩌면 낯 선 땅을 여행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맞닥뜨릴 때 오는 생소함일 수 도 있다. 그런 생소함은 보통 우리들의 삶에서는 경험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일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그림에서의 여행에서 순간순간 부딪히는 생소한 경험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당연함의 요인이 이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부조화를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그림과 이 그림 속을 여행하는 여행자인 나와의 사이에 있는 연결고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부조화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이 내 안에서도 발견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철저한 부조화로 표현될 수 있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능력도 내안에 있는가 보다. 이러한 능력은 나의 거룩한 영성이 내 안에서 차고 흘러넘치기 때문이 아니라 나도 예수님 가까이, 주변에 머물면서 여전히 부조화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연출자 중의 한사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 여행에서 만나는 익숙한 군상들

  모든 여행이 다 그렇듯이 처음에 닿은 곳은 언제나 생소함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선 뜻 다가가기도 쉽지 않은 어색함이 그 생소함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자는 그의 눈길을 다시 한 번 그곳에 던지고 또 다시 바라보면 조금 전의 생소함은 금방 어느 정도 해소된다. 이제 그 생소함은 친구가 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어색했던 상황 속으로 발길을 옮겨 놓게 된다. 이는 새로운 장소 속으로 들어 갈 때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도 동일하게 겪게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생소함에 대한 모든 경험은 여행자가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고 그러한 장소에 머문 적이 없을 때 극대화 되는 부조화의 극치점을 이룬다. 그러나 그 생소한 상황 속으로 그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손에 이끌림을 받으면 어느 새인가 우리도 그들 무리 속의 하나로 융화되어 진다. 어느 새인가 그들과 하나의 동질감을 느끼며 익숙해져 간다. 그렇게 부조화라고 느껴졌던 상황들이 어느 새인가 여행자에게는 친숙해진다. 이젠 그 상황 속에 벌어지는 모든 것들이 익숙해진다. 특히 그 상황 속에서 그들과 호흡하고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한 마디라도 대화를 시도하면 그러한 익숙함은 더 빨리 친구가 되어 여행자에게 손을 내민다. 이제 더 이상의 부조화는 느끼지 못하는 상황 속에 완전히 잠긴다. 이미 여행자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라 내부인으로서 그들과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인 내게도 동일하게 내가 느끼고 감지했던 생소함, 부조화의 어떤 흐름들을 더욱 선명하게 나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나도 이들 속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어느새 이들과 함께 부딪히며 예수를 밀치고 있고 이들과 함께 예수를 향한 무언의 말들을 쏟아 놓으며 이들의 눈빛에서처럼 예수를 향한 나의 눈빛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음을 발견한다. 나는 내가 느꼈던 부조화는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내가 이들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고 이들과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수를 둘러싼 이들의 신분들은 헤롯의 군병들과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연출하고 있는 모든 행동들에는 누군가의 철저한 통제 속에 있다. 누군가의 절대 권력에 복종하여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속에서도 이들 스스로가 예수에 대해 가지는 반감과 조소와 조롱, 그리고 어찌 보면 질투의 마음으로 지금 이 현장에 있는 이들이다. 단지 권력에 복종하고자 함만이 아니라 또 다른 자신만의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함몰되어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예수에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다. 그 동안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었던 자들이었다.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던 질투심이 이제 폭발하여 반감 그 자체가 그들의 눈 빛에서, 입 안에서, 얼굴 표정에서,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으로, 갈대로, 예수의 외투를 벗김으로, 보이지 않는 물리적인 힘으로 그리고 예수를 향한 적대적인 숨겨진 마음의 분출로 그 동안 유대인의 왕이 누렸던 군중들로 부터의 모든 인기를 조롱하는 도구인 가시 면류관을 예수의 머리에 씌운다. 그 동안 적어도 예수의 권세에 위압당하도 당하였고 예수의 제자들과 예수를 따르던 많은 군중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기에 이 순간이야 말로 예수에게 정말 멋지게 복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예수의 권세에 눌릴 필요도 없이 공식적으로 헤롯의 허락을 받아 마음껏 예수를 향해 조소와 희롱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 것이다. 그것도 혼자라면 혹시 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데 이 자리를 같이 동조하는 무리들과 함께할 수 있기에 마음껏 속내를 드러내보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 속내를 표현하는 것이 원래의 본성이다. 헤롯의 권력 아래, 예수의 알 수 없는 권세 아래, 거부할 수 없는 군중들과 상황들 아래서 눈치 보며 마음 속 깊이 꾹꾹 눌러 두었던 감추어진 원래의 본성이다.

  이 본성들의 행동들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이들은 이미 예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 일들에 이들도 참여하여 현장에서 그 동안 숨겨왔던 자신들의 본성을 예수께 마음껏 쏟아 놓을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함께한 자들과 더불어 많은 말로서가 아니라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다양한 표정과 행동들로 예수를 압박하고 있다.

총독의 군병으로 보이는 예수의 오른 쪽 이의 머리에 꽃아 둔 포크 같은 것에서 결국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을 상징하는 것 같다. 가시관을 잡기 위해 끼었던 쇠가죽이나, 철로 된 것 같은 장갑은 예수에게 가시관을 그의 머리에 찔러 씌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쇠 장갑을 끼고 있다. 그가 예수에게 가시관을 씌운 당사자 이지만 그는 예수를 찌른 당사자는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그의 쇠 장갑의 딱딱함 만큼 무딘 그의 화인 맞은 양심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는다. 마치 빌라도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내어주고 자신을 그 일에 아무 죄도 없는 것처럼 그의 손을 씻어 버린 것과 같다. 예수에게 씌울 가시관을 무딘 쇠 장갑으로 쥐고 있는 그의 굳게 다문 입에서도 나는 무죄요하는 것만 같다.

  옆에 다른 편에서 예수를 뒤에서 있는 이는 예수를 칠 굵은 갈대를 손에 들고 있다. 십자가를 지게 될 가련한 예수의 인생을 표현하기라도 한 듯 이 굵은 갈대로 그를 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는 예수의 귓볼에다가 자신의 조롱의 입김을 불어 넣으며 그의 오른 손으로 예수의 어깨를 꽉 잡는다. 그 어깨는 그가 잡은 것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무게와 고통이 주어질 무거운 십자가를 질 자리였다. 이미 그는 예수의 모든 것을 조정하려고 한다. 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모든 자리 자리에서, 길목 길목에서 미리 고통을 맛보게 한다. 그리고 쾌감을 느낀다. 예수의 고통이 자신이 예수의 어깨를 꽉 잡은 손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 너무 짜릿한 기쁨이 있다. 처음으로 예수의 권세를 꺾어보는 짜릿함이 있다. 이 사람은 잠시 잊는다. 자신의 목에 개처럼 자신을 묵어 놓은 개목걸이가 주인인 헤롯에게 복종해야만 하는 한낱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을 송두리째, 이 짧은 순간에는 잊고 있다.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은 예수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다. 종교 지도자들인 그들은 예수가 성전에 와서 자신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도 없는 권세 있는 말씀을 전하고 무리들로부터 모든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늘 마음이 불편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행동하고 자신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해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는데 예수는 너무나 쉽게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예수에 대한 감정은 좋을 리가 만무하다. 이들의 마음은 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질투에 자신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멋지게 복수할 때가 온 것이다. 그 동안 이를 부들부들 갈아 온 예수에게 멋지게 자신들의 분풀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유대인의 왕이라는 상징을 주며 모든 사람들로부터 조로의 대상으로 만들기 전에 이들의 조롱과 조소, 멸시를 먼저 받게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예수의 것 옷을 멋지게 벗겨 내리고 유난히도 큰 그들의 메부리코와 뾰족한 턱, 그 턱을 받쳐주는 뻗어 내린 수염, 그리고 입 꼬리 끝을 치켜 올린 음흉한 미소 속에 살인 적인 미움과 멸시함을 담아내고 또한 굳게 다문 입으로 더 큰 치욕을 예수께 표현한다. 예수를 치켜다 보는 눈으로 그들은 마음껏 조롱한다.

그림 속 예수님이 나와 우리들의 공동체에 말을 걸다.

  예수를 둘러싼 이러한 군상들은 몹시도 참으로 익숙해져 있는 모습들이다. 이미 나도 그 그림 속의 여행을 한 자로서 그들과 동화되어 그들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 있는 그들이 더 이상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나도 그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나와 그들, 그리고 그들과 우리들의 공동체 사이에는 어떠한 다름도 존재하고 있지 않다. 나와 우리들의 공동체도 바로 그 자리에서 예수를 밀치고 ‘나’와 ‘우리들의 공동체’를 예수와 상관도 없이 중심에 올려놓았고, 그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나의 결백과 의로움을 주장하였고, 예수의 고난에 또 다른 고통을 주는 일에 무디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 속에서 만난 그들과는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나와 우리들의 공동체는 예수에게 행한 모든 일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고 항변한다. 나 한사람의 힘으로는 아무리 버둥거려도 순결하게 살기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우리들의 공동체도 나름대로 노력을 해 봤지만 예수가 말한 기준은 우리들이 도달하기는 아무래도 너무 현실성이 없고 터무니없는 높은 기준이라고 투덜댄다. 그러니 우리들도 어쩔 수가 없다는 논리로 늘 세상과 적당히 타협해 간 것이 뭐 그리 잘 못되었느냐고 따진다. 그리고 나와 우리 모두는 예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준 사람들이 아니라고 스스로 자위하고 싶어 한다. 아직도 예수에게 씌울 가시관을 머리에 눌러 씌우기 전이라는 이상한 논리도 우리들의 삶에서 늘 사용된다. 이순간은 아직도 예수가 본격적으로 십자가의 고난을 취하기 전이라는 것에서 나와 우리의 죄는 그저 실 수 정도로 가볍게 취급되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더 나아가서 나와 우리들의 공동체는 예수의 가시관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 그림 속의 사람들은 끝이 뾰족한 가시관을 엮어 예수에게 씌우려고 했다. 예수에게 모든 비난과 조롱, 조소와 멸시 그리고 물리적인 위협과 더불어 가장 고통을 확실하게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가시관을 예수의 머리에 깊숙이 찔러 넣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우리는 이 가시관에서 예수를 찌를 수 있는 모든 뾰족한 긴 가시들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그 말라비틀어진 가시관이 너무 보기 흉해서 거기에 금으로 도금을 하여 금빛 찬란한 새로운 관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게 우리가 바꾸고 싶어 했던, 이제는 찌르는 가시가 없이 금으로 도금되어 새로이 단장된 관을 우리는 더 이상 가시관이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이는 이제 더 이상 가시관이 아니라 금면류관이 된 것이다. 예수의 머리위에 보란 듯이 씌운 금빛 찬란한 금면류관은 보기만 해도 나와 우리들의 마음을 기쁘고 흐믓하게 한다. 왜냐하면 금면류관에서 찾게 되는 의미는 더 이상 예수에게는 고난도 고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나와 우리들에게도 고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도, 예수를 따르는 우리에게도 고난이 아닌 멋진 영광을 취하고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공동체는 예수를 둘러싸며 누가 그의 옆에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할지를 싸우던 제자들보다 더한 기대가 있다. 그의 옆 자리를 차지하는 싸움이 아니라 예수를 통해 그가 쓰게 되는 금면류관을 탐하는 싸움을 하는 것이다. 누가 예수의 금면류관을 차지할 수 있느냐 하는 기대가 있다. 이러한 기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대부분 모든 이들의 마음 속 저변에 숨겨져 있다. 이러한 욕망은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즉시 표출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평소에 숨겨져 있던 힘은 예수의 이름을 빌려 권력과 높은 자리, 높은 명예와 많은 물질을 소유 할 수 있는 지위, 그리고 인기를 누리며 그 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많은 화려한 경험들을 누리게 되는 상황과 맞아 떨어지게 되면 곧 바로 표면 위로 강렬하게 분출되는 마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잘 따르다가도 이러한 강력한 유혹들 앞에서 너무도 쉽게, 소리 없이 무너진다. 왜냐하면 이들은 예수와 가장 가까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예수가 누구신지를 인격적으로 전혀 경험한 적도 없고 그의 부요한 지식의 깊은 경지를 전혀 맛보거나 체험한 적이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신의 영광을 구하며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한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예수가 썼던 가시관은 전혀 없다. 그들의 머리에는 화려한 금빛 금면류관이 그들의 업적을 자랑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고난이 없다. 고난은 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오직 이들에게는 영광만 필요할 뿐이다. 눈에 보이는 영광만이 이들의 강렬한 욕망을 분출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 놀라운 영광을 취하고 나서는 이들은 자신이 취한 영광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도록 교묘히 조정한다. 그렇게 하므로 그가 취한 영광은 그의 기준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수는 이러한 인생을 너무나 잘 아신다. 그림 속을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도, 그리고 그들과 익숙해 진 나와 우리들의 공동체도 너무나 잘 아신다. 이미 그림 속의 그들과 나,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 중심을 꿰뚫어 보시고 계신다. 그는 사람들에게 늘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사람들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시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죄로 타락한 인생이 얼마나 악한지, 그리고 그 인생의 결말이 어떠한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죄악된 모든 인생을 포함한 만유의 주가 되시지만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사람가운데 내어 놓으셨다. 그는 ‘기꺼이’ 자기를 찌르려는 자들 사이에 서기를 원하셨고 또한 그들의 손에 의해 죽기를 원하셨다. 그것도 십자가에서. 오직 그것만이 죄악 된 인생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셨다. 그는 육체로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다. 이렇게 그는 전적으로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여 그 길을 묵묵히 걸어 가셨던 고난의 종이다. 이러한 십자가의 고난 앞에서도 전적으로 순종한 이유는 그를 따르는 자들이 그가 가셨던 십자가의 고난의 길을 가고자 자기에게 믿음으로 순종하는 모든 자들에게 그는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에서 예수는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의 위협 그 어떠한 것에도 대비하여 너무나 평안한 얼굴로, 그러나 그의 눈은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난의 길을 가는 구속주로서 십자가의 죽음을 바라보는 굳은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쉬의 가시면류관은 가시관을 통해 그 그림 여행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복음 안으로의 초대를 하고 있다. 이 초대에 응하고자 자원하는 예수의 제자들은 반드시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게 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임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보쉬는 이 그림 속의 여행을 자처한 나와 우리들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여행 후기

  보쉬의 가시면류관과의 여행은 고난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경고의 종소리를 듣게 한다. 이는 나에게 있어서 내가 늘 생각하던 영역과 연결되어 진다. 현대의 시대에 예수를 믿고 그를 따르는 것 때문에 고난을 받고 있는가? 굳이 예수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도 우리들 주변에 믿음의 방식이 아니라 돈이면 다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말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참으로 예수가 쓰신 가시면류관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님 당시나 오늘날 시대에도 동일하게 예수를 쫒는 데는 마땅히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 대가는 여러 가지 고난과 직면하게 되는 고통의 자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고난의 자리에서 나는 보쉬의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평강을 누리게 된다. 이것이 나와 가족들이 이집트에서 추방될 때 그 순간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셨던 진정한 평강이었다. 예수를 따름에는 복음의 큰 기쁨도 있고 또한 고난도 있다.

    십자가의 길을 가기를 기뻐하며 간절히 소망하는

                      하늘 가족 은택, 은성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