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분립 실험 3년 김동호 목사 - 학교 강당 빌려 예배 보면서 7곳 8000명 규모로 성장시켜
성전 높게 세우는 대신 탈북자 돕고 빈곤국 지원… 감동받은 이, 스스로 찾아와
"옳은 일이라면 세상의 눈으론 손해가 되더라도 하나님 뜻대로 하는 것이 '높은뜻교회'의 원칙입니다. 나눌수록 오히려 더 커지니 놀랍고 감사할 뿐이지요."
'교회 분립(分立)'이라는 실험 3년―. 김동호(61)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목사는 그 3년을 이렇게 자평했다.
지난 2009년 1월, 김 목사는 '높은뜻 숭의교회'를 네개의 교회로 분립시켰다. 2001년 10월 서울 숭의여대 강당을 빌려 첫 예배를 보며 문을 열어 5000명 규모로 성장시켰던 교회다. 분립은 말 그대로 모(母)교회 없이 각각 담임목사를 따로 두고 독립 건물 없이 학교 강당 등을 빌려 사용하며 재정·인사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완전한 독립이었다. 교회 분립은 숭의여대의 공간 부족 때문에 더 이상 강당을 빌려쓸 수 없게 되자 다른 공간을 구하는 대신 결정한 선택이었다. 대형교회의 건물 신축과 목회자 교회 세습 문제 등이 비판받던 상황에서, 김 목사의 실험은 큰 주목을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높은뜻 교회'는 4곳에서 7곳으로 늘었고, 당시 5000명이던 출석 교인 숫자도 오히려 다 합쳐 8000명 수준으로 불었다. 높은뜻교회는 교회 건물 짓는 데 쓰일 돈을 탈북자 자활사업, 취약계층 지원 등 여러 나눔 사역에 계속 투입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성전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을 짓자"고 뜻을 모은 교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회 건물을 짓지 않고 교회를 4개로 나눠 독립시켰던 김동호 목사는“요즘엔 집 짓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작년부터 아프리카 말라위 빈곤지역에 건설 중인‘밀레니엄 빌리지’이야기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그동안 파주 박스공장으로 시작했던 탈북자 고용 기업은 블라인드 커튼공장, 가죽가방 공장에 카페까지 4개 업장에서 100명 가까이 고용하는 규모로 커졌다. 김 목사는 "탈북자들이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다른 2만 탈북자들이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한 번도 교회 다니라는 소리는 안 해요. '우리가 진심으로 저들을 섬기겠습니다. 저들이 마음으로 감동받아 예수 믿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할 뿐이죠."
작년 7월부터는 유엔을 도와 동아프리카 말라위의 구물리라 마을에서 5년 계획으로 구호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유엔이 최빈국에서 빈곤을 몰아내기 위해 시범마을로 선정한 '밀레니엄 빌리지' 중 한 곳이에요. 선교회에 속한 열매나눔 인터내셔널 직원 5명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모기장 보급 등 말라리아 퇴치 활동도 벌이고, 유엔과 함께 마을회관과 보건진료소, 옥수수 저장 창고 등도 짓고 있지요."
지난해 3월 김 목사는 천안에 '높은뜻 씨앗이되어 교회'를 직접 개척했다. 그는 이 교회를 "한국교회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사역"이라고 부른다. "교회가 성공과 성장의 단맛에 중독돼선 안 돼요. 초기 한국 교회는 교회 건물을 세우기 전에 나랏빚 갚는 운동을 벌였고, 병원 짓고 학교를 세웠지요. 나눔에 헌신하는 교회가 건물을 세울 때는 세상 누구도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씨앗이되어 교회'는 현재 상가 건물에 세들어 있지만, 2년 뒤엔 기독교계 초등학교를 세워 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김 목사는 요즘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소통'을 실험 중이다. 하루에 한두 건은 꼭 글을 쓰고, 1만5000명 정도가 김 목사의 글을 받아본다. 작년 말에는 '나꼼수'를 비판했다가 인터넷 공간에서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주장이 옳더라도 방법이 욕설이라면 옳은 주장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을 줘요.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김 목사는 "인터넷 공간을 보면 '너도 우리가 당한 것과 똑같이 당해 봐라'는 생각이 횡행하는 것 같다"며 "그게 가장 비기독교적인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겨도 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말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은 삶을 지배합니다. 말이 욕으로 가면, 욕을 하는 사람의 삶이 망가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