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보내면서 죄인이 되고, 마음대로 슬퍼하지도 위로받지도 못하는 이들이 자살 유가족입니다.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이들을 감싸 안아야 합니다."

개신교계가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의 모델을 세우는 작업을 시작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이동원)과 크리스천라이프센터(이사장 이문희),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는 내달 16일 서울 아현감리교회에서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를 연다. 예배 표어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 한국 교회의 '터부'를 깨고 자살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의미 있는 첫발이다.

◇"더 이상 자살 외면 안 돼"

자살유가족 위로예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하루 42명(2009년 통계)이 자살하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하나님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한다. 조성돈 교수는 "성경에는 자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교부(敎父)시대에 '자신을 죽이는 것도 살인'이라는 식의 교리 해석은 있었으나, 종교개혁가들은 이조차 '성경에 나와 있지 않다'는 취지로 거부했다"고 했다. 개신교계에서 자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계기는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 씨 자살 사건. 그가 출석했던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장례 예배가 치러졌고, 교계에서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여전히 자살자 장례예배를 거부하는 교회들도 있고, 부목사에게 예배를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실천신학대학원 박종환(예배학) 교수는 "교회는 자살에 대해 늘 불편하고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 결과적으로 위로받아야 할 자살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그들을 돌볼 수 있는 목회의 가능성 자체를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위로 예배'는 자살자 유가족을 직접 초청해 위로하고, 이들을 위한 기독교적 예전(禮典) 마련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일반적 장례예배와 비슷한 순서로 진행하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편 46편),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태복음 5장) 등 위로가 되는 성경 구절을 함께 읽고, 설교를 통해 "판단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조 교수는 유족들의 적극적인 참석을 요청했다.

◇천주교·불교도 자살문제 고심

천주교는 과거 자살자를 위한 장례미사 자체를 거절해왔다. 하지만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반포한 새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 "자살자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선 안 되며 교회는 그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규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자살자를 위한 장례 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창영 신부는 "교리상 자살이 죄라는 점은 예방을 위해 강조하되, 교회는 유족과 주변 사람 등 '산 자'를 위로하고 돌보는 차원에서 '죽은 자'를 위한 미사를 치른다"고 했다. 불교의 경우 "자살자는 세상과 육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갈 길을 갈 수 있도록 천도재를 더 잘 치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