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로마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멋진 가족 여행을 선물로 주신 아버지께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가 ‘엘’로 들어가기 전에 가족과 함께 갖게 된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비자 여행으로 가장 가깝게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으로 배를 타고 다녀오는 길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겨울 바다가 높게 넘실대는 뱃길을 10시간 이상을 갔다가 오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 때문에 비행기 여행을 로마로 다녀왔던 것입니다.

투니스에서 로마까지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다가 아이들에게도 로마는 아주 특별하고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선택했던 장소였습니다. 물론 다른 곳을 다녀오는 것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장 싼 여행이 되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5명의 대군이 움직이는 것이니까 잘 작전을 세워서 최대한 경비를 절약해야하는 것도 또 하나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3박을 할 작은 호텔은 로마 트리미니역 근처로 잡아 이동이 쉽도록 했고 도착 첫날과 다음날은 주로 주변을 걸어 다녔습니다. 아이들도 튀니지아와는 너무 다른 그곳의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아했습니다. 은성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힘들어 할 때도 있었는데(사실 은성이가 그 모든 거리를 걸어 다니기에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격려하며, 때로는 좀 업어주고 안아주며 쉬기도 하고 다녔습니다.

마지막 날 셋 째날에 버스와 메트로를 좀 탄고 다닌 것 외에는 거의 걸어 다녔으니까 다리가 뻐근한 것은 당연했지요.

호텔에서 제공되는 간단한 아침을 하고는 맑은 날의 햇살과 함께 로마의 웅장함에 속으로 들어 가곤했습니다. 여기 저기 세워져 있는 커다란 교회들,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들, 성 베드로 성당...... 로마는 하루아침에 세워진 것이 아님은 한눈에 봐도 오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베어져 있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었지요.

하지만 저의 관심은 그러한 로마의 오래되고 웅장함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커다란 교회들이 가득한 로마 자체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성 베드로 성당, 바티칸의 커다란 위용, 베드로가 받은 천국의 열쇠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겉으로 드러난 위대함이 저를 사로잡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오늘날 그냥 소리 없이 묻혀 버린 하나님의 사람들의 아름다운 믿음의 헌신들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후에 내가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행19:21)고 다짐했던 바울의 고백은 그가 죄인으로 이끌려 로마로 오게 됨으로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것도 사형수로 로마 감옥에 있게 되었지만 빌립보 성도들에게 기쁨의 찬가를 전했던 바울....그리고 그 당시 로마제국의 박해 속에서도 카타콤에서 수많은 박해와 시련, 순교의 피를 흘리면서 까지 믿음을 지켜갔던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의 숭고한 삶.... 아! 이 로마 땅에서 지금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기에 저희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이들에게 관심갖게 하고 싶었고 또한 이러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어야 함을 가르치고 싶었지요.

첫째 날 아이들과 호텔에서 드렸던 가정 예배에서 마태복음 16:16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는 고백을 묵상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수제자라는 특별한 지위 때문에 천국의 열쇠를 받은 것도, 그래서 베드로처럼 천주교 교황이 천국의 열쇠를 소유한 것도 아닌.....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의 주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고 그를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사는 자에게 천국은 이미 삶의 실재가 된 것이기에 그런 평범하고도 특별한 삶을 사는 이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날 가정예배는 로마에서 로마서 1장 첫 부분을 묵상했습니다. 7절 ‘로마에서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받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모든 자에게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 복음의 핵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사랑하는 부르심 받은 이들이 로마도시에 가득하기를 간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셋 째날 가정예배는 로마서 제일 마지막장에 있는 문안 인사부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저의 관심이 더욱 머무는 곳이지요. 바울과 저희가 품고 있는 땅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바울의 문안 인사는 시작됩니다. 겐그리아 교회의 일군 뵈뵈,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며 자기 목숨까지도 내어 놓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많이 수고한 마리아,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 주안에서 내 사랑하는...우리의 동역자...그리스도 안에서 인정함을 받은...주 안에서 많이 수고하고 사랑하는...

13절, “주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마가복음 15장 21절에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까지 갔습니다. 구레네(L 동쪽, 벵가지 지역) 시몬의 이 놀라운 경험은 결국 그의 아이들은 북아프리카의 초기 그리스도인들로 그 곳을 섬겼고 그의 아내는 바울에게 친 어머니와 같은 귀한 사람이었습니다.

로마의 마지막 밤에 이 말씀들을 묵상하며 리비아를 품고 저희 앞날을 인도하실 하나님께 간절히 간구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행하게 하실 귀한 소식이 있기를 기대하며....

사실 이날은 또 다른 기적이 있던 날입니다. 호텔방 벽을 감싸고 있는 나무반자 위에 아내가 제 시계와 반지를 올려놓았다가 제 반지가 나무반자와 벽 틈새로 들어갔습니다. 도착한 첫날 저녁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도, 뺄 수도 없었습니다. 둘째 날에 일단 호텔에 이 사실을 알려줬고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었지요.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지요. 그런데도 별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꿈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제가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호텔방에서 반지가 반자와 벽사이로 들어간 꿈이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묵은 호텔 방 구조도 호텔도 똑 같았습니다. 그 꿈에서 결국 반지를 찾게 되었거든요. 저의 꿈이 생각나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언제 반지가 호텔벽과 반자사이에 들어 간적이 있지 않았나?”물론 아내는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지요. 저는 아들 은수에게만 제 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호텔에서 반지를 다시 찾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은수는 제 꿈 이야기에 신기해했죠. 사실 마지막 날 저녁은 모두가 떠날 준비를 해야 하기에 호텔에서 어느 누군가 와서 반지를 찾는다고 하면 상황이 어려워 질 것 같아 그냥 우리끼리 시간을 갖겠다고 호텔에 말해 둔 상태였습니다. 아이들도 샤워해야 했고 짐도 싸 놓아야 하기도 했고....그런데 저녁에 호텔 측에서 보낸 한 남자 청년이 왔습니다. 이미 저녁 식사와 샤워를 다 하고 난 후였습니다. 들어 와서 철사로 틈 속으로 집어넣고 랜턴을 비췄습니다. 그 틈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반지가 보였지요. 그 친구가 철사로 들어 올리고 제가 나무 젓가락으로 쳐 올렸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반지가 튀어 올라 호텔방 바닥으로 떨어졌지요. 제가 꾼 꿈대로 이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My dream became true!"

저희가 투니스 공항으로 돌아 와서 막 공항을 빠져 나와 택시를 타려고 할 때 전화 한통이 걸려 왔습니다. 짐을 택시에 싣고 아이들과 택시를 두 대에 나눠 타고 있던 터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 온 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 비자 문제를 중간에서 도와주시는 이집사님이셨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도 전화했었노라고. 그 때면 저희가 로마서 마지막, 장에서 바울과 루포의 어머니와 더불어 L 구레네 지역과 저희를 인도하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저의 3개월짜리 비자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보류가 되어 있다던 비자가 일단 저의 비자가 먼저 나온 것이었습니다. 할렐루야! 이집사님의 비자는 아직 나온 상태가 아니고...오늘 내일 곧 이민국을 거쳐 나오게 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사실 집사님 것이 먼저 나와야 했는데 말입니다.)

그동안 계속 기도의 끈을 붙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집사님의 비자가 나오는 데로 이곳 L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고 함께 트리폴리로 들어 갈 계획입니다. 아마 다음 주 중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1년 노동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하고 비자가 나오면 나머지 가족 모두를 초청하려고 합니다.(1년 노동 비자가 있으면 가족을 초청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도 새로운 기적의 시간들이었고 앞으로도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의 손길을 더욱 의지하는 시간들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행하심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저와 가족이 서로 떨어져야 하는 시간에 앞서 로마 가족 여행을 다녀오게 하시더니 이곳에 돌아온 순간 이 귀한 비자의 소식을 듣게 하셨으니까요. 앞으로도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계속 주님의 길을 따르는 길 위에 저희와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계속 기도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주님 안에서 강건하시길!

사랑과 기도에 감사드리며....

이순종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