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야 할 가을 하늘이, 오늘은 짙고 낮은 구름으로 내려 와 있다. 기온은 뚝 떨어져 뿌려주는 구슬비 마저 금방이라도 눈이 되어 내릴 것만 같다. 아무래도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가 빗나가지 않으려나 보다.
가정교회로서 주일예배를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되어 간다. 매주 드려지는 예배에 하나님이 부어 주시는 은혜가 충만하다. 찬양과 말씀을 준비하는 나에게도 가정교회 예배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예수님을 영접한 이고르는 어김없이 한주 출석, 한주 결석하고 있다. 이고르가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쁨으로 주님께 나와 예배하는 형제로 성장하기를 중보 할 뿐이다.
이틀 후에는 키예프 외국어 대학교 체육학과장을 만나기로 했다. 처음엔 외대에 무슨 체육학과가 있나 싶어 의아해 했다. 아마도 교양과목으로 체육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하여튼, 체육학과장을 만나 나눌 부분은 외대에서 태권도 수업을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주께서 허락하시고 열어주시는 일이라면 분명 좋은 결정이 있으리라 믿는다.
외국인으로서, 그것도 동양인으로서 슬라브 민족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다소 장벽이 있다. 게다가 한국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양인을 중국인으로 보는 시각 역시 때로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중국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중국을 싫어하는 감정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열게 될 중국을 이들은 여전히 하찬케 여기고 있다. 하기는 한국에 대해서도 아직 많이 모른다.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어 올 정도다. 이런 대화를 할 때면,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인 것 같다. 세계정세와 동향에 대해 많이 어둡다. 그러나 복음의 능력은 이러한 모든 문화와 인종의 장벽을 뛰어 넘는다. 또한, 복음을 전하는데 에는 그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요즘은 선교지도 물가가 워낙 올라서 재정이 따라주지 못하면 선교지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말이나 믿음의 말은 아니다. 현실은 그렇다. 이곳 키예프만 해도 방1개, 거실1개가 있는 아파트 월세가 700불을 상위한다. 땅값은 매년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기름 값을 포함한 식료품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것들이 물고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잘 뛰는지 모르겠다. 지난주까지 계란 값이 4그리브나(12개-한화 800원) 하던 것이, 한 주 사이에 7.5그리브나(1500원)로 올랐으니 할 말이 없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에 공장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정책이 있다. 그래서 95%의 모든 공산품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높게 메기고, 그 수익을 정부가 다 가져가는 것이다. 경제를 모르는 내가 봐도 이것은 정말 우매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극도로 어려워지지만, 소수의 정치인들과 사업가들은 재벌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기형경제의 구조를 가지고 급상승하는 우크라이나에서 복음을 전하며 생존해가는 비법을 터득해야 한다. 나 혼자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복음을 전하는데, 한 영혼을 구원하는데 과연 돈이 없으면 못하는 일인가? 과연, 정말,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었던 일인가? 분명, 그건 아니다. 돈 없어도 복음은 전해져야 하며, 또 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대와 환경에 맞는 우리의 선교 패러다임과 고정관념에 메스(수정과 전환)를 대야 할 때이다.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서 복음을 전할 수 없으면 안 된다. 돈이 없으면 돈 없이 복음을 전하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돈이 주어지면 그것을 극대화하여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복음사역을 하면 된다. 그러니 있어도 감사, 없어도 감사하다. 주께서 아직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써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한다.
우크라이나에 살면서 깨닫게 되는 것 한 가지는, 이곳이 지역상으로는 유럽에 속한 나라이긴 하지만, 모든 시스템과 사고방식은 여전히 러시아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우크라이나를 소개할 때면, ‘이곳은 구소련의 땅이며, 여전히 러시아문화권 아래에 있는 어쭙잖은 동유럽국가 중 하나다’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어떤 통계와 전략지역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이것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이 보내는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주님이 섬기라고 맡겨주신 영혼들에게 가면 그만이다. 국내 낙도선교, 농어촌선교, 도시선교, 외국인근로자선교, 북한선교, 아니면 해외동포선교, 모슬렘권, 불교권, 힌두교, 공산권, 유럽권, 그 어디나 복음이 더 필요하고 덜 필요한 지역은 없다. 그 어디도 선교사가 더 필요하고 덜 필요한 지역도 없다. 단 주님이 부르시는 곳으로 가서 작은 한 영혼 섬기면 된다. 그곳이 주님 보내신 나의 땅 끝이며, 다시 오실 주님 만날 장소인 것이다.
갑자기 이무하 전도사님의 ‘땅 끝에서’ 란 찬양이 귓전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주께서 주신 동산에 땀 흘리며 씨를 뿌리며.
내 모든 삶을 드리리. 날 사랑하시는 내 주님께
땅 끝에서 주님을 맞으리. 주께 드릴 열매 가득 안고
땅 끝에서 주님을 뵈오리 주께 드릴 노래 가득 안고
땅의 모든 끝 찬양하라. 주님 오실 길 예비하라.
땅의 모든 끝에서 주님을 찬양하라.
영광의 주님 곧 오시리라.”
아멘. 할렐루야.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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