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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
| 글쓴이 : 한재성
날짜 : 07-11-08 06:48
조회 :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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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외대에서의 태권도 수업은 날로 흥미로워 간다. 80여명의 학생들은 꾸준히 나와 운동을 배우고 있고, 3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들과 조금씩 친밀해져 간다.
나는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 저에게 붙여 주신 이 젊은이들을 축복합니다. 이들의 마음이 열려져 복음을 받게 하옵소서. 주의 마음을 시원케 할 자가 이들 중에서 나타나게 하옵소서.”
아침에 집을 나서니 기온은 이미 영하로 내려가 있었다. 볼에 닿는 싸늘한 느낌이 아주 상쾌했다. 아무리 바빠도 겨울에는 자동차 엔진 보호를 위해 1분간 워밍업을 한 뒤 출발한다.
날로 늘어나는 자동차는 키예프의 교통체증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직 우크라이나가 EU(유럽공동체)에 가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현지인들의 무분별한 불법운전이야말로 아직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없는 단적인 예다. 차가 막히면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그리고 심지어는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일삼는다. 더 심한 것은 이런 불법적 운전자들을 욕하는 사람은 외국인인 나 외에는 아무도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라고들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우크라이나가 한국보다 몇 배는 더 교통사고가 많아 보인다. 매일 거리에서 3,4건 이상의 교통사고를 쉽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우크라이나를 축복하며 기도한다. 모든 형식과 의식에 얽매여 있는 종교성 강한 정교의 나라 우크라이나가, 진정한 복음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유럽국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고 천히 여김 받던 우크라이나가, 오히려 부강한 서유럽 국가들에게 생명력 있는 복음으로 다시 일깨워 주기를 간구한다. 이 일을 위해서 하나님은 70년 동안 철의 장벽이던 소련 공산국가를 멸하셨다.
집에서 외대를 가려면 드네프로 강을 가로지른 큰 다리를 건너간다. 한강이 서울의 젖줄이라면, 드네프로강은 우크라이나 전국토의 젖줄일 것이다. 드네프로강을 보면 마치 한강을 보는 것만 같다. 다리를 건너갈 때면, 마치 한강대교를 건너는 느낌이다. 강줄기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섬을 보면 역시 뚝섬을 보는 것만 같다. 강변도로를 타고 지나갈 때면 또한 88올림픽도로를 타는 것만 같다. 크리챠틱 거리는 마치 서울의 종로와 명동을 연상케 한다.
수업시간이 되니 한 사람 두 사람 그리고 우르르 몰려와 순식간에 체육관을 가득 메운다. 그래도 몇 번 배웠다고 제법 아는 척을 하는 학생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줄마춰 서는 모습. 한국의 예법으로 차렷, 경례를 하며, 두 손을 배꼽 아래로 모아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한다.
아직도 아이들은 기합이 어색한지, 소리를 질러 기압 하라 하면, 겨우 모기가 윙~ 거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가르치다 보면, 1시간 30분의 수업이 짧게만 느껴진다. 오전수업이 마치면 다음 오후수업을 위해서 30분가량 홀로 체육관을 지킨다. 이때쯤이면 점심시간이라 배가 조금 고파온다. 또 다른 한 반이 우르르 몰려온다. 역시 아이들과 땀을 흘리며 열심히 운동한다.
학교에는 샤워할 곳이 없으니 대충 도복만 갈아입고 학교를 나선다. 아직 땀이 마르지 않은 탓에 영하의 기온이 오히려 시원하기만 하다. 지켜보던 체육학과장은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너무 기쁜 나머지 나를 껴안으며 이제는 우리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 온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학생들도 너무나 즐겁게 따라 배우고, 학과장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너무 만족해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다른데 있다. 나는 하늘나라에서 파견된 복음의 전사임을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차츰 때가 되면, 한사람씩 그들에게 예수님의 피 묻은 십자가 복음을 나눌 것이다. 내 눈과 마음은 호시탐탐 이 땅의 한 영혼을 주께 이끌기 위해 노려보고 있다.
나는 하나님나라에서 파견된 복음의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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