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 자유게시판 > 여성 자유 핍박하는 제2의 탈레반? 인도 극우 힌두단체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들의 교육 기회와 사회 활동을 무력으로 막고 있으며, 자신들의 뜻을 거스르는 여성들을 '이슬람에 대한 배신자'라고 모함하며 살인하는 극악무도한 짓을 일삼아 세계적인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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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인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인도의 극우 힌두교 과격 단체 '스리 람 세나(Sri Ram Sena, 로드 람의 군대)'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구화'된 여성들을 공격하려는 SRS 단체원들과 이를 말리려는 시민들의 충돌 모습

SRS는 이슬람과 기독교, 서구문화의 확산을 막고 힌두교 사회였던 인도의 '순수성'을 지킨는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극우 집단입니다.

서구적 패션쇼와 미술 전시회를 방해하고, 타 종교의 교회 등을 습격, 발렌타인 데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여자는 집에서 남자를 받들어야 한다"며 여성들을 협박하는 등...

이들의 활동 사항들은, 글쎄요, 제 눈에는 '순수성 수호 운동'이라기보다는 '억지스런 폭력 난동'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지난 달에는 남부 카르나타카 망갈로르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여성들이 SRS 회원들의 공격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40여명의 이 단체 남성들은 <Amnesia — The Lounge>라는 주점으로 몰려들어가 춤을 추고 담소를 나누고 있던 대학생 남녀 8명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네요.

특히 4명의 여대생들에게 "집에서 남자를 위해 요리하지 않고 밖에 나와 술을 마시다니!"라고 호통을 치며 때리고 밀고 끌고 다니다가, 여대생들이 주점 밖으로 도망을 치자 거리까지 쫓아나오며 폭력을 가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이들이 도망치는 소녀들을 쫓아가 폭력을 가하는 장면.

얼마 전 발렌타인 데이에는 곳곳에서 SRS회원들과 데이트를 즐기던 젊은 커플 사이 충돌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던 한 청년을 집단 폭행하는가 하면, 데이트하는 남녀에게 "죄를 씻으려면 결혼하는 수 밖에 없다"며 당장 결혼 의식을 올릴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진정으로 '자유연애는 죄악'이라 믿고 있는 게죠.

문제는 이같은 극우 힌두단체의 폭력을 방조하고 오히려 보수층의 인기 발판으로 삼으려는 정치인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극우 단체들의 활동을 단속하기는 커녕 공권력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지요.

SRS는 여성들의 노출 사진을 불태우고, 서구적 문화 행사를 공격하고 있다.

분노한 인도 여성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과격 단체들은 신경도 안쓰는 듯 합니다. 지난달 여대생들이 주점에서 쫓겨난 것 사건을 빗대어 '술집에 드나들고 헤프며 뻔뻔스러운 여성들의 공동체(consortium of pub-going, loose and forward women)'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한 단체에는 짧은 시간 동안 2만5000여명의 여성들이 가입했다는데요.

이 단체는 SRS의 지도자들에게 핑크색 여성 팬티와 콘돔, 인도 성애 고전서인 카마수트라 등을 보내 "여성의 사회 진출과 성적 독립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려 했다는군요. 또 여성들끼리 자유롭게 주점을 찾아 술을 마시고 건배를 나누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SRS 지도부는 "핑크색 팬티 속옷은 그 여성들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답례로 사리(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인도 전통 여성 의상)를 보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오랜 전통과 급격한 서구화는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이지만, 아프간에서나 인도에서나 그 불똥이 꼭 사회적, 신체적 약자인 여성에게 튀는 것은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입니다. 정말 인도 사회의 전통 고수를 원한다면,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는 여성들이 아닌 그 맥주를 들여와 팔게 한 정치인이나 상인들을 탓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